청약제도 개편 지연…수도권 연내 분양 미뤄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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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규칙 개정안' 처리무주택자의 청약 당첨 기회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아파트 청약제도 개편 작업이 지연되면서 시행 시기가 당초 예정됐던 이달 말을 넘겨 다음달 초로 늦춰질 전망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요구로 청약제도 개편 이후에 분양하기로 한 단지들의 청약일정도 줄줄이 밀려 내달 중후반이나 내년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청약자들의 관심이 낮은 시기에 분양할 수밖에 없는 ‘크리스마스의 악몽’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당초 이달말에서 12월로 연기
삼호가든 3차·성남 대장지구 등
"크리스마스 분양 악몽 우려"
내년으로 분양시기 넘어갈 수도
규제위 심의로 청약제도 개편 지연국토교통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신규 주택이 우선 공급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 시행이 사실상 다음달 초로 미뤄졌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당초 이번 개정안을 11월 말 공포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했으나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게 됐다.
지난달 12일 입법예고한 주택공급규칙 개정안은 이달 21일까지 국민 의견 수렴과 관계기관 협의를 거쳤다. 이번주부터 국무조정실 규제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규제위 심사가 시작되면 위원들은 개정안이 중요한 규제인지 판단하고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번 주택공급규칙 개정안은 국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접수돼 중요 규제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규제위가 중요 규제로 판단한 법규는 더 상세하게 심사하기 때문에 토론과 심의 등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규제위 심의를 마친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를 거쳐 관보에 고시하는 즉시 시행된다. 규제위의 심의 과정은 길어지면 1주일 이상 걸릴 수 있어 법 시행이 다음달 초로 미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개정안은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지난 9월에 발표된 ‘9·13 부동산 대책’의 규제 내용을 반영하고 있다. 개정안은 △분양권 소유자를 유주택자로 간주하고 △추첨제 공급 물량의 75% 이상을 무주택자에게 우선 공급하며 △현장 접수를 받던 미계약·미분양 물량을 청약시스템으로 사전 공급·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신혼기간 중이라도 주택을 처분한 신혼부부는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하며 △주택을 소유한 직계존속은 부양가족 가점(인당 5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청약시스템 개편도 늦춰질 듯
주택공급규칙 개정안 시행이 연기되면 후속 조치인 청약시스템 개편 일정도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금융결제원은 통상 청약제도가 개편되면 이후 5일 동안 아파트투유 홈페이지를 정비해왔다. 이 기간에 청약 모집공고 처리는 중단되며 정비작업 완료 후 새로운 규칙을 기준으로 모집공고를 낸다. 이렇게 되면 청약제도 개편 이후 분양을 계획했던 현장들은 공급 일정을 불가피하게 연기할 수밖에 없다.
청약제도 개편 이후 분양에 들어가려던 수도권 주요 단지의 공급 일정도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HUG가 개정안 시행 전까지 분양보증심사를 연기하기로 한 서울, 판교, 과천 등이 대표적이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12월 분양을 계획 중인 수도권 아파트는 모두 35개 단지, 2200여 가구(일반분양 기준)다.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청약개편 작업이 늦춰지면 내달 초로 분양 일정을 잡고 있던 수도권 유망 단지들이 분양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DMC SK뷰(수색9구역)’ ‘디에이치 라클라스(삼호가든3차)’ ‘사당 푸르지오(사당3구역)’ 등 7개 단지가 분양을 준비 중이다. 성남 대장지구에서는 ‘힐스테이트 판교 엘포레’ ‘판교 퍼스트힐 푸르지오’ ‘판교 더샵 포레스트’ 등 5개 단지가 12월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한 건설사 분양소장은 “연말은 행사가 많아 인기 단지를 제외하고는 집객이 쉽지 않다”며 “청약제도 개편으로 연말 분양이 불가피해진다면 오히려 내년 초로 일정을 조정하는 현장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청약제도 개편 일정이 확정되지 않으면 분양하는 처지에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며 “단지마다 제도 개편의 영향이 다르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을 짜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덧붙였다. 내달 초 분양을 준비 중이던 한 현장 관계자는 “분양 일정이 한 주만 연기되더라도 영업사원, 도우미, 임차료 등 비용 손해가 발생한다”며 “결국 그 부담이 수분양자들에게 전가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서기열/이소은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