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동포가 힘 보탠 LPGA팀이 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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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국적은 달라도 팀워크는 끈끈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는 한국인과 동포 선수가 하나로 뭉친 ‘팀 LPGA’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정상급 선수들이 모인 ‘팀 KLPGA’를 제압하고 지난해 빼앗긴 트로피를 되찾았다.
2점차로 KLPGA팀 꺾고 우승
동포 선수들 승부처에서 맹활약
2승1무 이민지 최우수선수 선정
'부산 사투리' 대니엘 강에 '웃음꽃'
박성현, 최혜진에 4홀 차 압승
팀 LPGA는 25일 경북 경주 블루원 디아너스CC에서 열린 오렌지라이프 챔피언스트로피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이하 챔피언스트로피·총상금 10억원) 대회 최종일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4승3무5패를 기록하며 승점 5.5점을 획득해 최종합계 13점을 얻어 11점에 그친 팀 KLPGA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승리하면 1점, 비기면 0.5점을 받는 방식으로 치러진 이번 대회에서 팀 LPGA는 첫날 열린 포볼 경기에서 3.5점, 둘째 날 열린 포섬 경기에서 4점을 얻었다. 팀 LPGA는 첫 대회가 열린 2015년과 2회 대회인 2016년에 이어 이 대회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동포 선수들, 끈끈한 팀워크 자랑
지난해까지 한국 국적 선수로만 팀을 꾸린 팀 LPGA는 이번 대회에서 해외동포인 이민지(호주), 리디아 고(뉴질랜드), 대니엘 강, 제니퍼 송(이상 미국)을 포함시켰다. 매주 경쟁하던 선수들끼리 팀을 이루는 어색한 경기 방식에도 팀 LPGA의 팀워크는 남달랐다. 특히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섞어 속사포처럼 한국말을 쏟아낸 대니엘 강의 역할이 컸다. 대니엘 강의 쉴 새 없는 말솜씨에 한데 모인 팀 LPGA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마치 매해 호흡을 맞춘 것처럼 동포 선수들은 승부처였던 팀 매치 대결에서 귀중한 승점을 팀 LPGA에 안겼다. 대니엘 강은 대회 첫날 전인지(24)와 한 조로 나서 장하나(26)-이소영(21)조를 5홀차로 꺾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올해 LPGA 투어 상금랭킹 2위인 이민지와 ‘골프 천재’ 리디아 고는 대회 둘째 날 각각 박성현(25), 제니퍼 송과 짝을 이뤄 승점 2점을 챙기는 등 동포선수들은 승점 13점 가운데 5.5점을 합작했다.스타 선수 자존심 대결에선 무승부
대회 승패 여부를 떠나 각 팀 스타 선수들의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최종일 싱글 매치플레이 경기에선 양 팀이 ‘장군 멍군’을 외쳤다. 팀 LPGA에서 사흘 내내 가장 많은 갤러리를 몰고 다닌 박성현은 올해 KLPGA 투어 2관왕을 차지한 ‘슈퍼루키’ 최혜진(19)을 4홀차로 눌렀다. 1번홀부터 단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은 박성현은 16번홀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최혜진을 꺾고 팀 LPGA 우승을 확정 짓는 1점을 챙겼다.
LPGA 투어 진출을 눈앞에 둔 팀 KLPGA 대표 선수 이정은6(22)는 이 대회 전승을 노리던 전인지를 18번홀 ‘칩인 버디’로 꺾었다. 경기 중반 역전을 허용하며 끌려 다니던 이정은6는 15번홀 버디로 동점을 만든 뒤 18번홀 그린 옆에서 친 칩샷을 홀 안에 바로 집어넣었고 전인지의 항복을 받아냈다.이 밖에 팀 LPGA 주장 유소연(28)은 이날 팀 KLPGA 주장 이승현(27)을 7홀차로 꺾는 등 2승1무로 맹활약했다. 팀 KLPGA 오지현(22)은 사흘 동안 전패를 당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팀 LPGA 최우수선수(MVP)로는 이민지가 선정됐다. 팀 KLPGA에선 3전 전승을 거둔 김아림(23일)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경주=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