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전시장 단 한곳…마이스 인프라 투자 한국만 '역주행'

'업그레이드' K 마이스 (상)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

국제회의 유치 2년 연속 1위 불구
마이스 시설은 세계 20위권 '맴맴'

美·中·日 등 대형 복합단지 개발 붐
한국은 지역균형 발전 논리에 발목
서울시와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하고 서울관광재단 주관으로 지난 22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2018 서울 마이스 포럼 행사 모습. /서울관광재단 제공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중국 선전, 일본 도쿄, 인도 뉴델리 등이 컨벤션센터 건립과 함께 관광, 레저, 쇼핑, 공연 등 시설이 더해진 대단위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복합단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 반면 한국은 관광·마이스 인프라 투자에 뒤처지고 있어 성장동력 상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린 ‘서울 마이스 포럼’에서도 “국제회의 개최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1위에 올랐지만 전시컨벤션센터 등 마이스 복합단지 조성은 2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제프 도나히 호주 시드니컨벤션센터 사장은 “복합 기능을 갖춘 대형 컨벤션센터 개발은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일반 관광객보다 지출 규모가 1.5~2배 가까이 큰 비즈니스 관광객을 더 늘리려면 한국도 하루빨리 마이스 복합시설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세계는 지금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 중

라스베이거스는 2015년부터 23억달러(약 2조6000억원)를 투입하는 컨벤션센터 지구 재개발을 진행 중이다. 2023년 완공 목표로 18만㎡의 전시장을 24만㎡로 늘리는 이 사업을 통해 라스베이거스는 제2, 제3의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를 발굴한다는 구상이다. 센터 측은 지구 개발에 따른 경제적 효과만 연간 13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컨벤션센터 건립을 추진해온 중국도 ‘전시굴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상하이(40만㎡), 광저우(34만㎡) 등 10만㎡ 이상 되는 시설만 20개 넘게 보유하고 있다. 최근엔 센터를 중심으로 호텔, 쇼핑몰 등 인프라 강화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올해 말 증축 공사가 끝나는 선전 컨벤션센터는 독일 하노버전시장(46만㎡)보다 큰 50만㎡ 규모에 달한다.인구 13억 명의 인도 역시 델리 도심의 낡은 컨벤션센터 재정비와 함께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서남아 최대인 30만㎡ 규모의 인디아 국제 전시컨벤션센터(IICC) 공사를 하고 있다.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인 도쿄는 빅사이트 전시장이 있는 오다이바 일대를 마이스 복합단지로 조성하고 있다. 황혜진 이화여대 국제회의센터장(교수)은 “비즈니스 관광객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마이스 복합단지가 국제행사를 유치하는 데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스 인프라 한국 20위, 서울 130위

경쟁 도시들이 대형 컨벤션센터 건립 등 인프라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20위권 수준의 인프라에 머무르고 있다. 전국에 15개 컨벤션센터가 있지만 10만㎡ 규모 전시장은 경기 고양 킨텍스뿐이다. 지방은 부산 벡스코와 대구 엑스코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1만~2만㎡ 미만 소규모에 불과하다. 지역균형 발전 논리에 발목이 잡혀 투자가 분산된 탓이다.3년 연속 세계 3위 국제회의 개최 도시에 오른 서울의 마이스 인프라는 더 심각하다.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신규 시설 공급이 전무한 상태다. 서울에서 가장 큰 코엑스조차 전시장 규모가 3만6000㎡에 불과하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홍콩 컨벤션센터(6만6000㎡), 도쿄 빅사이트(9만5000㎡)보다 작으며 40만㎡의 상하이 전시컨벤션센터엔 10분의 1도 안 된다. SETEC과 aT센터를 합쳐도 서울의 전시장 면적은 합계 5만㎡가 전부다. 싱가포르에는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고 22만㎡의 태국 방콕보다도 턱없이 작다.

서울시가 2000년대 중반 서울 북부역을 시작으로 잠실, 마곡에 이르는 마이스 복합단지 계획을 세웠지만 지금까지 공사가 진행된 곳은 한 곳도 없다. 업계에선 서울의 마이스 인프라를 세계 130위 수준으로 보고 있다. 윤은주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빈약한 시설 인프라가 관광·마이스산업 전체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식물도 크기에 따라 화분을 갈아줘야 잘 자라듯 마이스도 위상과 수준에 맞는 적절한 시설 투자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