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이달 금리인상 확실"…가계빚 부담 커지나
입력
수정
지면A13
30일 금통위 회의서 결정한국은행이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번에 올리지 못하면 내년에는 경기 하강이 본격화하면서 금리 인상이 더 힘들어질 것이란 공감대가 한은 내부에 형성돼 있다. 하지만 그동안 금리 인상을 주저하다가 결국 경기 하강기에 시중 유동성을 조이는 형국이 됐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빚이 많은 가계와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지고 소비 침체가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전문가 10명 중 8명 “금리 인상”한국경제신문이 25일 국내 대표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8명이 기준금리 인상(1.50%→1.75%)을 예상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과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만 인상·동결 가능성을 50 대 50으로 봤다. 이번에 금리를 올리면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지 1년 만이다.
전문가 10명 중 8명 "인상" 전망
내년엔 동결될 가능성 높아
유동성 조여 소비침체 가속화 우려
인상 타이밍 늦었다는 지적도
박석길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한은은 그동안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유지하고 물가가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치에 부합하면 연말께 금리를 인상한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왔다”며 “경제성장률과 물가 추이에 큰 변동이 없는 만큼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 이코노미스트는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됐고 몇 명이 소수의견을 낼지가 관심”이라며 “한두 명이 (동결) 소수의견을 표명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인상 타이밍엔 우려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인상 시기가 너무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한은이 금융 불균형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가계부채 증가세는 꾸준히 둔화돼왔다. 올해 중반까지 뜨거웠던 수도권 집값 상승 열기도 지난달 이후 눈에 띄게 식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 목표치(2%)에 근접한 것 역시 경기 과열의 신호라기보다 국제 유가,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히려 경기 하강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금리를 올리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완화한다지만 이미 증가세가 둔화되는 추세여서 타이밍을 놓친 측면이 있다”며 “취지와 달리 경기에 나쁜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원 실장은 “집값을 잡는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양극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자본유출 우려가 커진다지만 채권 투자 자금은 오히려 순유입 상태고 주식시장의 외국인 매도세도 진정되고 있어 금리 인상 명분으로 삼기에는 약하다”며 “투자와 소비가 둔화되는 가운데 금리까지 올리면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고 소비가 더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이달 금리 인상 후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당분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기가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과의 금리 차이만을 이유로 금리를 추가로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봉/서민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