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클래스부터 VIP 파티까지…면세점의 특별한 변신

명품의 향기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 나선 면세점

화장품 체험에 양초 만들기
신진 작가 전시회까지
소비자 브랜드 경험 확대
스위스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 ‘라프레리’는 지난 22일 신라면세점과 함께 VIP 행사를 했다.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을 빌려 라프레리 갤러리로 꾸몄다. 여기에 신라면세점 VIP 고객과 중국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 유명인인 ‘왕훙’ 등 80여 명을 초대했다. 이들이 보는 앞에서 라프레리 제품 뷰티 시연회를 열었다. 신제품 ‘스킨 캐비아 프리미어 럭스 크림’도 소개했다.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제품을 맘껏 써볼 수 있도록 했다. 또 캐비아 마사지 체험 행사를 열고, 캐비아 핑거 푸드를 방문객에게 무료로 줬다. ‘캐비아 마케팅’을 통해 제품 이미지 전달에 나선 것이었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라프레리뿐만 아니라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에서 제품 출시 행사나 VIP 초청 행사를 함께하자는 제안을 최근 많이 받는다”며 “콧대 높은 글로벌 브랜드가 협업하자고 하는 것은 그만큼 국내 면세점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VIP 파티부터 뷰티 클래스까지

국내 면세점은 과거 글로벌 브랜드에 ‘을(乙)’이었다. 면세점이 상품을 팔아준다고 해도 잘 주지 않았다. 상품이 면세품으로 마구 풀리면 일반 매장 매출이 떨어지고 브랜드 파워가 훼손될 것을 우려했다.
롯데면세점이 지난 8월 로레알그룹과 진행한 VIP 초청 행사
요즘도 명품 브랜드 상당수는 엄격하게 매장 수와 상품 수량을 제한한다. 하지만 일부 영역에선 면세점과 글로벌 브랜드 간 ‘갑을(甲乙) 관계’가 뒤바뀌는 일도 발생한다. 뷰티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화장품의 주된 유통 채널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뷰티 브랜드가 먼저 면세점에 협업을 제안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과거엔 없던 일이다. 면세점이 단순히 면세품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라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최적화돼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롯데면세점은 지난 8월초 글로벌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그룹과 사흘 동안 행사를 했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VIP 라운지 ‘스타라운지’를 로레알의 대표 브랜드 ‘입생로랑’ 행사장으로 썼다. 입생로랑이 유통사와 협업 한 첫 사례다. 로레알은 롯데면세점 스타라운지를 메이크업 클래스룸, 가상현실(VR) 체험존, 포토존, 콘서트장 등으로 꾸몄다. 롯데면세점 VIP 고객 등 3000여 명이 행사 기간 다녀갔다. 로레알 아시아태평양부문 주요 임원도 행사장을 찾아 만족감을 표시했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는 “앞으로 더 많은 브랜드와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에도 스타라운지에서 브랜드 체험 행사를 했다. 주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가 대상이었다. 이 회사 신제품 ‘아뜰리에 스와로브스키’ 컬렉션을 면세점업계 최초로 소개했다.

신세계면세점은 강남점에서 프랑스 향수 브랜드 ‘프라고나르’ 조향 클래스를 지난달 열었다. 프랑스 프라고나르 향수 박물관에서 하는 향수 강의를 그대로 옮겨 왔다. 향수 원료로 쓰는 꽃에 대한 설명부터 직접 ‘나만의 향수’를 만들어보는 실습까지 프랑스에서 하는 수업과 똑같이 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한 방법으로 조향 클래스를 택했다. 신세계면세점도 브랜드를 소개하고 알리는 데 협업 행사가 들어맞는다고 판단했다. 지금은 프랑스 향수 ‘아틀리에 코롱’과 협업을 논의 중이다. 국내 유명 SNS 인사들과 중국 왕훙을 행사에 초청할 계획도 세워놨다.

두타면세점도 지난 6월 스웨덴 스킨케어 기기 ‘포레오’ 매장 재단장을 기념해 배우 조보아 팬사인회를 했다. 또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 기회를 살리기 위한 매장 단장도 했다. 이들 브랜드가 이미지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작년 9월부터는 신진 작가들이 두타면세점이 있는 두타몰 광장에서 작품을 돌아가며 전시 중이다. 현재는 ‘미쉐린맨’ 비벤덤을 모티브로 한 샘바이펜의 패러디 작품이 전시돼 있다.

매출 많고 고객 충성도 높아 선호
면세점이 글로벌 뷰티·주얼리 브랜드의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우선 매출이 많이 나와서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가장 강력한 유통 채널은 그동안 백화점이었다. 브랜드 마케팅, 홍보 행사도 주로 백화점에서 했다. 요즘은 면세점에서 더 매출이 나오는 일도 많다. 입생로랑이 대표적이다. 롯데면세점 입생로랑 명동본점 매장은 백화점, 면세점, 전문점을 통틀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지난 8월 로레알 행사 때 입생로랑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0% 늘었고, 스와로브스키도 행사 기간 50%나 증가했다”며 “체험 행사를 열면 각 브랜드가 비용 이상의 매출을 올린다”고 전했다.면세점을 통해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국가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홍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내국인 위주의 백화점과 달리 면세점에선 다국적 마케팅이 가능한 것이다. 면세점은 VIP 고객 관리에도 유리하다. 한 면세점 화장품 상품기획자(MD)는 “한류 영향 덕분에 한국에서 브랜드 행사를 하면 더 이미지가 좋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다양한 행사가 면세점에서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