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된 엄마 현실 육아] (38) "화 내서 미안해" 욱하는 엄마 에피소드#1
입력
수정
욱하지 않는 성인군자 같은 엄마가 있을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치는 순간은 매일매일 벌어진다.정성껏 차려놓은 밥과 반찬이 담긴 식판을 식탁에서 떨어뜨린다든지, 밥도 먹기 전에 초콜릿을 먹겠다고 떼를 쓴다든지 1일 1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꾹 눌러 참으며 그야말로 정신수양을 한다는 마음으로 육아를 해 나가는 게 엄마란 존재인가 보다.
아이들이 한창 어린 시절 육아 전문 기자로 일하며 각종 육아정보를 접할 기회도 많았고 육아나 교육 전문가들을 만나 다양한 조언을 들을 기회도 많았다.
육아전문가들은 기분이 좋을 땐 마냥 잘해주고 모든 걸 허용하다가 그렇지 않을 땐 짜증을 부리고 평소 하던 행동을 못하게 하는 부모의 변덕. 그런 일관성 없는 태도가 아이를 망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맞아 맞아'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 행동지침 중 우선으로 삼기로 했다.평소 감정기복이 심하지 않은 편이기도 했지만 여기저기서 취합한 육아정보를 다 적용하며 나름 만족스러운 육아일지를 써 내려갈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엄하게 혼 내야 할 땐 아주 호되게 혼을 내고 그렇지 않은 때에는 무조건 사랑을 주기 위해 애썼다.
아이들 모임에서 만난 엄마들조차 "와 정말 ○○엄마 처럼 아이들한테 화 안 내는 사람 처음 봤어요" 할 정도였기 때문에 그런 내 틀에 점점 갇혀 더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게끔 나를 단도리 했는지도 모르겠다.
"난 화를 내거나 혼을 내지 않아도 육아를 잘 할 수 있어" 자만심이 극도로 달했던 어느 날.
스트레스가 가득한 상태로 퇴근했다. 회사에서는 언짢은 일이 있었고 몸살에 걸렸는지 온몸이 쑤시고 머리까지 아프니 현관에서 날 보고 좋아하는 아이들도 그날따라 반갑지 않을 정도였다.커피를 손에서 떼놓지 않던 나. 그날도 어김없이 손에는 커피가 들려 있었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우면서 커피를 옆에 내려놓았다.
'이거 아이들이 지나다가 툭 쳐 엎지르겠는데?' 생각이 지나쳐 갔지만 그걸 안전지대에 옮겨놓는 것조차도 귀찮을 정도로 손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역시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잠시 후 왔다 갔다 장난치던 큰 딸이 발로 툭 쳐서 커피는 얼음과 함께 바닥에 엎질러졌다.
평소 같았으면 "네가 쏟은 거니까 걸레 가져와서 닦아"하고 말았을 일인데 화풀이할 기회를 잡았던 것이었을까.
"그거 하나 못 보고 넘어뜨려? 커피가 다 엎질러졌잖아! 피곤해서 마시고 싶었는데 이게 뭐야! 도대체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니? 그거 하나 못 봐?"하며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깜짝 놀란 아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엄마 미안해요~"하며 허둥지둥 대며 수건이며 걸레며 물티슈를 가져와 나름대로 열심히 닦았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난 몸을 돌려 누워 쳐다보지도 않았다.
분주히 커피를 치우던 아이가 방을 나갔다.
내가 놀랄 정도로 극악스럽게 소리를 질러댄 후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더 화가 나고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몰려왔다.커피 한 잔, 그까짓 게 뭐라고. 내가 거기 커피를 놓지 않았으면 될 일인데. 내 잘못을 아이에게 뒤집어 씌우고 분노를 폭발시켰다는데 후회가 밀려와 벌떡 일어났다.
제 딴엔 쏟아진 커피를 치운다고 치웠지만 여전히 자국이 남아 있다. 휴지를 가져와 닦으려고 거실로 나갔는데 주방에서 딸이 뭔가를 하고 있다.
헉.
싱크대 앞에는 식탁 의자가 있고 아이는 커피믹스를 꺼내 들고 있었다.
아이가 손도 닿지 않는 싱크대를 열려고 아슬아슬하게 의자에 서서 커피를 꺼냈을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말문이 막혀 쳐다보고 있었더니 아이는 내가 화가 덜 풀린 줄 알았던지 황급히 "엄마 미안해요. 내가 얼른 커피 다시 타 줄게요"라고 한다.
식탁 위 커피 테이크아웃 잔에는 얼음정수기에서 꺼낸 얼음이 담겨 있었고 아이는 커피믹스 봉지를 어떻게 뜯는지 몰라 낑낑거리고 있었던 것. 그전에는 아이가 그곳에 커피가 있다는 걸 아는지조차 몰랐다.
눈물이 나는 걸 참으며 아이가 커피를 타는 걸 도왔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엄마 내가 탄 커피도 맛있어요?"하고 묻는 아이.
"응 너무너무 맛있어서 이제 아프지도 않고 피곤하던 것도 없어졌어."
"정말?"하며 아이는 그제서야 안심이 된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다.
웃는 아이 얼굴을 보니 더 미안해져서 마음속으로 울었다.
내 짧았던 생각과 화가 담긴 말 한마디로 아이는 벼랑에 놓인듯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그 후 난 화가 날 때마다 바닥에 쏟아졌던 커피와 이후 내가 느꼈던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부끄러웠던 분노의 기억을 떠올린다. 워킹맘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네이버 부모i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화가 머리끝까지 솟구치는 순간은 매일매일 벌어진다.정성껏 차려놓은 밥과 반찬이 담긴 식판을 식탁에서 떨어뜨린다든지, 밥도 먹기 전에 초콜릿을 먹겠다고 떼를 쓴다든지 1일 1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꾹 눌러 참으며 그야말로 정신수양을 한다는 마음으로 육아를 해 나가는 게 엄마란 존재인가 보다.
아이들이 한창 어린 시절 육아 전문 기자로 일하며 각종 육아정보를 접할 기회도 많았고 육아나 교육 전문가들을 만나 다양한 조언을 들을 기회도 많았다.
육아전문가들은 기분이 좋을 땐 마냥 잘해주고 모든 걸 허용하다가 그렇지 않을 땐 짜증을 부리고 평소 하던 행동을 못하게 하는 부모의 변덕. 그런 일관성 없는 태도가 아이를 망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맞아 맞아'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 행동지침 중 우선으로 삼기로 했다.평소 감정기복이 심하지 않은 편이기도 했지만 여기저기서 취합한 육아정보를 다 적용하며 나름 만족스러운 육아일지를 써 내려갈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엄하게 혼 내야 할 땐 아주 호되게 혼을 내고 그렇지 않은 때에는 무조건 사랑을 주기 위해 애썼다.
아이들 모임에서 만난 엄마들조차 "와 정말 ○○엄마 처럼 아이들한테 화 안 내는 사람 처음 봤어요" 할 정도였기 때문에 그런 내 틀에 점점 갇혀 더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게끔 나를 단도리 했는지도 모르겠다.
"난 화를 내거나 혼을 내지 않아도 육아를 잘 할 수 있어" 자만심이 극도로 달했던 어느 날.
스트레스가 가득한 상태로 퇴근했다. 회사에서는 언짢은 일이 있었고 몸살에 걸렸는지 온몸이 쑤시고 머리까지 아프니 현관에서 날 보고 좋아하는 아이들도 그날따라 반갑지 않을 정도였다.커피를 손에서 떼놓지 않던 나. 그날도 어김없이 손에는 커피가 들려 있었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우면서 커피를 옆에 내려놓았다.
'이거 아이들이 지나다가 툭 쳐 엎지르겠는데?' 생각이 지나쳐 갔지만 그걸 안전지대에 옮겨놓는 것조차도 귀찮을 정도로 손 하나 까딱하기 싫었다.
역시 내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잠시 후 왔다 갔다 장난치던 큰 딸이 발로 툭 쳐서 커피는 얼음과 함께 바닥에 엎질러졌다.
평소 같았으면 "네가 쏟은 거니까 걸레 가져와서 닦아"하고 말았을 일인데 화풀이할 기회를 잡았던 것이었을까.
"그거 하나 못 보고 넘어뜨려? 커피가 다 엎질러졌잖아! 피곤해서 마시고 싶었는데 이게 뭐야! 도대체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니? 그거 하나 못 봐?"하며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깜짝 놀란 아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엄마 미안해요~"하며 허둥지둥 대며 수건이며 걸레며 물티슈를 가져와 나름대로 열심히 닦았다. 아직 화가 풀리지 않은 난 몸을 돌려 누워 쳐다보지도 않았다.
분주히 커피를 치우던 아이가 방을 나갔다.
내가 놀랄 정도로 극악스럽게 소리를 질러댄 후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에게 더 화가 나고 아이에 대한 미안함이 몰려왔다.커피 한 잔, 그까짓 게 뭐라고. 내가 거기 커피를 놓지 않았으면 될 일인데. 내 잘못을 아이에게 뒤집어 씌우고 분노를 폭발시켰다는데 후회가 밀려와 벌떡 일어났다.
제 딴엔 쏟아진 커피를 치운다고 치웠지만 여전히 자국이 남아 있다. 휴지를 가져와 닦으려고 거실로 나갔는데 주방에서 딸이 뭔가를 하고 있다.
헉.
싱크대 앞에는 식탁 의자가 있고 아이는 커피믹스를 꺼내 들고 있었다.
아이가 손도 닿지 않는 싱크대를 열려고 아슬아슬하게 의자에 서서 커피를 꺼냈을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말문이 막혀 쳐다보고 있었더니 아이는 내가 화가 덜 풀린 줄 알았던지 황급히 "엄마 미안해요. 내가 얼른 커피 다시 타 줄게요"라고 한다.
식탁 위 커피 테이크아웃 잔에는 얼음정수기에서 꺼낸 얼음이 담겨 있었고 아이는 커피믹스 봉지를 어떻게 뜯는지 몰라 낑낑거리고 있었던 것. 그전에는 아이가 그곳에 커피가 있다는 걸 아는지조차 몰랐다.
눈물이 나는 걸 참으며 아이가 커피를 타는 걸 도왔다.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엄마 내가 탄 커피도 맛있어요?"하고 묻는 아이.
"응 너무너무 맛있어서 이제 아프지도 않고 피곤하던 것도 없어졌어."
"정말?"하며 아이는 그제서야 안심이 된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다.
웃는 아이 얼굴을 보니 더 미안해져서 마음속으로 울었다.
내 짧았던 생각과 화가 담긴 말 한마디로 아이는 벼랑에 놓인듯한 불안감을 느꼈을 것이다.그 후 난 화가 날 때마다 바닥에 쏟아졌던 커피와 이후 내가 느꼈던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부끄러웠던 분노의 기억을 떠올린다. 워킹맘 육아에세이 '못된 엄마 현실 육아'는 네이버 부모i에도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