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나의 R까기] 예전 같으면, 분양 엄두도 못 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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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광주 집값 상승세에 신규 분양 '속속'인구 5만 정도의 전남 담양과 화순 그리고 지역주택조합으로 아파트가 공급된다. 타이틀만 보면 분양이 될까 싶지만, 믿는 구석이 있다. 바로 광주광역시다. 광주시의 집값이 폭등하면서 주변도시는 물론 광주 내에서도 반사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앞두고 공급된다는 점도 분양단지들의 자신감이 붙는 이유다.
전매제한 없는 주변 군소도시들, 새 아파트 공급
광주는 부동산 시장에서 '스테디 셀러'로 꼽혔다. 최근 10년간 큰 등락없이 꾸준하게 오름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일부 택지지구에서 입주를 앞두고 들썩이기도 했지만, 시장을 전체적으로 봐서는 큰 부침이 없었다.문제는 올해 들어서였다. 일부 지역에서 외부인들의 투자세력이 가세하면서 집값은 가파르게 올랐다. 서울·경기권의 규제를 피해온 투자자들도 한 몫을 했다. 남구 봉선동은 전체적으로 집값이 뜀박질을 했고 동구 학동, 서구 화정동을 비롯해 택지지구인 수완지구, 첨단지구 등도 급등세를 보였다. 봉선동의 제일풍경채 엘리트파크(전용 84㎡) 14층은 지난 9월 8억3800만원에 실거래됐다. 지난 1월 동일면적 15층이 4억3000만원에 실거래된 것에 비해 약 4억원,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이러한 급등세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까지 흔들었다. '광주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달라',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내용이었다. 집중적으로 청원자들이 몰린 글은 없었지만, 가파른 집값 상승을 우려하는 토박이들의 글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실제 한국감정원의 '2018년 10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광주시 매매가격은 0.61%올라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광주의 집값이 튀어나오면서 급등세는 진정됐지만, 상승세는 여전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1월 들어 광주의 집값 상승률은 0.25%에 달했다. 연초대비 3.95% 오른 수준이다.
과도한 상승세는 신규 아파트의 분양성과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시기적으로도 딱 맞아 떨어졌다. 유주택자들이 마지막으로 청약할 수 있다는 기회로 여겨지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개정안이 고쳐지기 전이어서다. 새 아파트의 모델하우스들이 이곳저곳에서 문을 열고 있다.지난 23일 북구 우산동에 문을 연 쌍용건설의 '광산 쌍용예가 플래티넘(Platinum)'의 모델하우스에 인파가 몰렸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로 일반분양을 시작했다. 단지는 지하 1층, 지상 14~17층 아파트 13개 동 764가구 규모다. 이중 172가구를 일반에 공급한다. 지방광역시의 민간택지로 전매기간은 6개월이다. 분양 관계자는 "조합아파트임에도 일반분이 적은 편이어서 무난히 분양될 것으로 보인다"며 "상무·수완지구, 하남산업단지, KTX·SRT 광주송정역, 유스퀘어 등을 차량으로 10분대에 이용할 수 있는 입지"라고 설명했다. 서울·수도권에서 조합아파트가 일반분양으로 전환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 단지는 2016년 2월부터 모집한 조합원 비율이 78%에 달한다. 당시 조합원 분양가가 3.3㎡당 700만원대였지만, 일반분양가는 1000만원을 웃돈다.
인구 5만~6만명에 불과한 소도시지만, 광주 덕을 보려는 아파트들도 있다. 분양 관계자들은 광주와의 거리가 가까운 점과 전매제한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양우건설은 전남 담양군 최초의 미니신도시급 도시개발사업인 '담양첨단문화복합단지'에 들어서는 '담양첨단문화복합단지 양우내안애 퍼스트힐'(680가구)을 분양하기 시작했다. 광주의 남서쪽인 담양에 지어지지만, 모델하우스는 광주 서구 마륵동에 자리했다. 예상대로 광주 수요자들이 첫날부터 북적였다. 광주와의 거리와 금융혜택을 전면에 내세웠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약 750만원대다. 1차 계약금 500만원 정액제에 중도금 무이자로 진행된다.
오는 30일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전남 화순군 화순읍 교리 239번지에 짓는 '힐스테이트 화순'의 모델하우스를 개관한다. 화순은 광주의 남동쪽에 있고, 최근 3년간 화순 전입인구의 47%가 광주 거주자였을 정도로 배후도시의 성격이 강하다. 힐스테이트 화순은 지하 2층~지상 30층으로 6개동의 604가구다. 마찬가지로 전매제한이 없으며, 금융혜택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우리 동네의 집값이 아무 관계도 없는 외지 사람 때문에 흔들린다면 기분이 어떨까? 그들 때문에 빚을 지고 거품가격으로 집을 사야하는 상황이라면? 처음엔 어리둥절하면서 원망을 늘어놓지만, 결국 시세에 따라 거래를 하게 된다. 동시에 "나만 손해볼 수 없다", "나도 이렇게 돈 좀 벌어볼까" 등의 생각도 들 것이다. 올해 광주시의 집값이 그랬다. 솟아오른 일부 거래는 실수요 보다 투자(보다는 투기에 가까운)수요였고, 그 뒤를 떠받치면서 시세를 만드는 건 지역수요였다. 분양권이 주택으로 인정받기 전 마지막 분양시즌이다. 청약에 '마지막 로또'라는 인식 보다는 신중함이 필요한 때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