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통신대란]'홍대·명동·신촌' 하필 주요 상권지역에서…주민 생활 마비

지난 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 한 가게 앞에 전날 KT아현국사 화재로 발생한 통신 장애로 카드결제 불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갑자기 통신장애가 생기면서 서울 중·서부 시민 수십만명이 큰 혼란을 겪었다.

특히 이번 화재사고가 주말 오전에 시작됐다는 점, 또 토요일에 사람이 몰리는 신촌, 홍대, 명동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점 등이 피해를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서울 서대문구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A씨는 "화재사고 이후 카드 단말기가 먹통이 돼 결제를 한 건도 진행하지 못했다"며 "현금이 없는 손님들이 불만을 터뜨려 당황했다"고 말했다.

신촌 일대에는 카드 결제 시스템이 모두 중단되자 현금을 찾기 위한 사람들로 편의점과 은행 현금인출기(ATM) 앞에 10m 이상씩 줄을 서는 보기드문 진풍경도 연출됐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는 KT 유선망을 쓰는 콜폰이 마비되면서 자칫 아찔한 사고도 발생할 뻔 했다. 콜폰은 긴급환자 발생시 의료진끼리 의사소통을 주고받는 내부연락망이다.사무실이 사고발생 지역 인근에 있는 곳들도 피해를 봤다. 은평구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이모씨(34)는 "급하게 내야 할 세금을 e-택스로 납부하기 위해 사무실에 출근했는데 인터넷이 먹통이 됐다"며 "세금 업무뿐만 아니라 다른 업무도 처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촌·광화문·명동 일대에서 주말 장사를 준비하던 자영업자들도 큰 혼란을 겪었다. 주로 KT 통신망에 연결된 카드 단말기를 쓰는 업체들이다.

광화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B씨는 "하루 결제의 보통 80%가량이 카드 손님인데 화재 이후 단말기가 멈추면서 손해를 봤다"며 "대부분의 손님들이 물건을 구매하지 않고 그냥 돌아갔다"고 말했다.신촌에서 'P' 카레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카드 단말기가 안된다는 소식이 뉴스로 나오면서 평소 대비 손님이 절반도 안왔다"며 "대부분이 주말 매상인데 난감한 상황"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피해지역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이나 콜 센터를 통해 음식을 주문받는 업체들도 큰 피해를 봤다.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는 소식에 주문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외식업계에선 KT 아현지사 화재로 약 17만명의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는 통신서비스 이용요금 보상을 제외하고 자영업자들의 영업손실과 같은 '간접적인 손해'까지 보상을 받았던 사례가 드물다는 것이다.

KT는 화재사고 발생 하루 만인 지난 25일 피해지역에 거주하는 유·무선 가입자에 한해 한 달치 요금을 감면해주는 첫 보상방안을 발표했지만, 소상공인 피해와 관련해선 "별도로 검토하겠다"며 방침을 내놓지 않았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통신서비스는 실생활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어 한 달 중 하루 이틀 안 되는 것의 영향이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크다"며 "장애가 지연되다 보니 다른 지역에도 문제가 확산하고 있다고 해서 다방면으로 파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오성목 KT 사장은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참석해 "소상공인에 대한 피해보상은 피해규모 등을 협의해 적극적으로 배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상재/전형진/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