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수익률 年 1%P만 높여도 月13만원 더 저축하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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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재테크 리포트부부 기준 월 237만원. 한국인들이 은퇴 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최소 생활비(국민연금연구원 설문조사)다. 하지만 노후에 이 정도 월수입을 확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연금 투자를 주요한 재테크 수단으로 잘 활용하지 않고, 가입한 퇴직연금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수익률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재테크는 '인생 마라톤'…대박 환상을 깨라
(2) 노후생활 바꾸는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수익률 '1%P의 마법' 누려야
은퇴 후 부부 생활비 月237만원
퇴직연금 5년 평균수익률 가정땐 연금으로만 月86만원 저축해야
수익률 1% P↑ 73만원으로 줄어
美선 '401k 백만장자' 열풍
퇴직연금으로 100만弗 모으기…수익률 높이는 노하우 적극 공유
수익률 상위 10% 투자자들, 현금 꼬박꼬박 쌓이는 배당주 담아
장기 기대수익률 높은 상품 유리
한국 퇴직연금 수익률은 최근 5년(2013~2017년) 평균 연 2.39%에 불과하다. 이 수익률을 기준으로 하면 30세 남성 사회초년생이 매달 연금에 86만원을 부어야 은퇴 후 월 237만원을 받을 수 있다. 60세에 은퇴해 79세(남성 평균 기대수명)까지 산다는 가정에서다.수익률이 연 1%포인트만 개선돼도 상황은 달라진다. 연 3.4% 수익률이면 매달 73만원, 연 4.4%일 경우 62만원을 부으면 연금만으로 최저 은퇴 후 생활비가 나온다. 연금 선진국인 호주의 퇴직연금처럼 연 7.9%(5년 평균) 수익이 난다면 한 달에 33만원만 넣으면 된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중산층일수록 퇴직연금에 신경쓰라고 끊임없이 강조하는 이유다.초장기 적립식 투자
미국 직장인 사이에선 ‘401(k) 백만장자(millionaire)’ 열풍이 뜨겁다. 퇴직연금 401(k) 계좌를 굴려 은퇴 시점에 100만달러를 모을 수 있는 노하우 등이 공유되며 빠르게 퍼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 한국에 불어닥쳤던 ‘10억원 만들기’ 열풍과 비슷하다. 적립식 투자가 유행처럼 번졌던 시기다.한국에서 ‘10억원 만들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버티지 못하면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반면 퇴직연금을 재테크 뼈대로 삼는 미국에선 사회 초년생일수록 ‘연금 통장’을 적극 관리하면서 백만장자의 꿈을 안고 직장 생활을 한다. 연금 통장에 자발적으로 여윳돈을 넣어 세제 혜택을 받으면서 은퇴 자산을 만들어간다. 미국 근로자들은 지난 5년간 퇴직연금에서 연평균 5.1% 수익을 거뒀다.
한국의 퇴직연금은 도입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좀처럼 중산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연간 700만원 납입금(연금저축 포함)까지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개인연금(연금저축)도 가입률이 32%밖에 안 된다.
연금 투자는 적립식 투자와 비슷하지만 근본이 다르다. 여윳돈이 없어 재테크 자금을 마련하기 힘든 사람도 회사가 의무로 적립해준 자금을 굴려야 한다. 은퇴 시점에 받는 돈이기 때문에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지 않고 ‘강제로’ 장기 투자할 수 있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퇴직연금은 성격상 장기 투자, 적립식 투자라는 투자의 성공요건을 태생적으로 갖추고 있다”며 “주식 부동산 등 위험자산에 장기 분산투자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연금 선진국들의 운용 노하우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퇴직연금 어떻게 굴리나
스스로 운용을 책임지고 수익을 내야 하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라면 자신의 연금 포트폴리오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원금이 보장되는 적금 상품이라도 보장금리는 모두 다르다. 수시로 상품을 비교하면서 금리를 조금이라도 더 주는 상품으로 갈아타야 한다.
원금보장 상품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건 실질적으로 재테크를 하는 게 아니라고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말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퇴직연금은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원금보장형 상품에 주로 가입하는데 장기적으로는 자산의 실질 가치를 떨어뜨리는 셈”이라며 “인프라, 해외채권, 부동산, 주식, 절대수익형 펀드 등 현금 흐름이 꾸준하면서 장기 기대수익률이 높은 상품 등을 함께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4개 증권사의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들을 분석해보면, 수익률 상위 10% 투자자는 주로 배당주 펀드를 담고 있었다. ‘KB퇴직연금배당40’ ‘신영퇴직연금배당40’ 등이 이들의 포트폴리오에 공통적으로 담긴 상품이다. 상위 10% 투자자의 수익률은 최근 5년 평균 3.8%(지난 3분기 말 현재)였다. 4개 증권사의 DC형 가입자 평균 수익률(1.97%)의 두 배 수준이다.
해외 주식형펀드 투자는 퇴직연금을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 세제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 주식형펀드에 직접 투자하면 운용 수익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지만 퇴직연금 계좌에선 이 세금이 면제된다. 스스로 운용할 자신이 없다면 운용사가 알아서 포트폴리오를 교체해주는 상품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