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선고 앞둔 근로정신대 할머니 "날아가서라도 듣고 싶다"

양금덕 할머니 등 노환에 입·퇴원 반복 등 건강 '적신호'
일제 강제노역 사건 중 하나인 '조선여자근로정신대 ' 사건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노령인 피해자들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27일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에 따르면 근로정신대 피해 당사자로 활발한 활동을 해오던 양금덕(90) 할머니가 최근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양 할머니는 심한 어지럼증과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절대적인 안정을 취하라는 의료진의 권고에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회하려면 가족들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할 정도로 면역력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양 할머니지만 오는 29일 예정된 대법원 선고를 직접 참관하고자 하는 마음은 굳건했다.

한국 법원에 소송을 낸 지 6년 만에 내려지는 결론을 직접 듣고 싶어서다.

양 할머니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마음 같아선 아무리 아파도 (한걸음에) 날아가고 싶다"며 "(결과를) 꼭 들어야겠다고 담당 의사에게 말을 할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이어 "건강이 좋았던 지난해에라도 결론이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무척 속상하다"며 "평생을 기다린 세월을 생각하면 눈물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양 할머니는 지난달 30일 대법원이 다른 강제노역 사건에 대해 피해를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만큼 희망적인 선고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 할머니는 "(피해를 인정하는)말 한마디라도 듣는 것이 지금까지 희망이었다"며 "결과가 잘 나오면 그동안 맺혔던 응어리가 풀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양 할머니와 함께 소송을 낸 다른 피해 당사자들도 노환 등 병세로 힘들어하고 있다.

김성주(90) 할머니는 기력이 없고 다리가 불편해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고 있고, 이동년(88) 할머니는 건강 문제로 가족들의 돌봄을 받고 있다.

박혜옥(88)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해 병상에 누워 간호를 받고 있다.

양 할머니 등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4년 5월 일본인 교장의 회유로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돼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중노동을 했다.

이들은 1993년부터 10년 가까이 일본에서 법정 다툼을 벌였지만 패소했다가 한국 법원에 다시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5년 이 사건을 접수하고도 3년 동안 별다른 이유 없이 결론을 미뤄왔다.최근에서야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청와대와의 뒷거래로 재판을 의도적으로 지연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대법원은 급히 전원합의체 심리를 시작해 오는 29일 판결 선고를 내리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