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정우 "걷기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나'를 돌보는 또다른 방식"

《걷는 사람, 하정우》 쓴 배우 하정우
"걸으면서 입맛 생기고 후각 깨어나"
“‘주어진 시간 안에 어떻게 가장 잘 쉴 수 있을까’가 바쁘게 달려온 최근 수년간 가장 큰 화두였는데, 어느 순간 걷기에 깊이 빠지게 됐습니다.”

배우 하정우(40·사진)는 ‘걷기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물었다. “왜 그렇게 걸어다니냐”고. 그는 최근 펴낸 《걷는 사람, 하정우》(문학동네)에서 답했다. 7년 전 쓴 《하정우, 느낌 있다》 이후 두 번째 에세이다. 27일 서울 서교동 북앤빌딩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 그는 “걸으면서 입맛이 생기고 후각이 깨어났다”며 “그동안 그런 일상과 기본적인 것들을 너무 잊고 살았구나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영화 ‘아가씨’ 촬영 당시엔 강남에서 마포까지 1만6000보를 걸어서 출근했다. 비행기를 타러 김포공항까지 8시간가량 걸어갔고 하와이에서는 하루 10만 보 걷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는 책에서 “돌아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걷기밖에 없는 것만 같았던 시절도 있었다”고 했다. 연기를 보여줄 사람도, 오를 무대도 없던 시기였다. 그는 “처한 상황이 어떻든,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어디서 얼마나 걷는지뿐 아니라 걸으면서 느낀 몸과 마음의 변화에 대해서도 찬찬히 얘기를 풀었다. 그에게 걷기는 단순히 운동이 아니다. 숨쉬고 생각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발자국을 따라 걷는 길에서 마주한 생각의 깊이와 신선한 표현도 눈길을 끈다. ‘오늘도 각자의 영역에서 크고 작은 족적을 찍으며 하루를 견딘 우리는 모두 이 지구라는 별을 굴리고 있는 길동무’ ‘인생이란 어쩌면 누구나 겪는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일에서 누가 얼마나 빨리 벗어나느냐의 싸움일지도 모른다’ 등의 대목이 대표적이다. 일단 “다리를 뻗어 한 발만 내디뎌 보라”고 권하는 그는 “휴일에 동네 친구와 산책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