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 높아진 경총…법무부 장관 이어 산업부 장관도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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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경총에선…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 인사들이 잇따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찾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손경식 회장(사진)과 만나 상법 개정안을 논의했고, 28일에는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경총을 방문한다. 법무부와 산업부 장관이 경총을 찾는 건 모두 처음 있는 일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경총의 위상이 과거보다 높아진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7일 경제계에 따르면 박 장관과 손 회장의 만남은 법무부 요청으로 이뤄졌다. 경총이 상법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건의서를 국회에 제출하자, 박 장관이 법안 취지를 설명하고 싶다며 면담을 신청했다. 비공개 면담에서 박 장관은 “기업들을 규제하기 위해 상법을 개정하려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 기업들은 외국계 투기세력의 먹잇감이 된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손 회장은 성 장관과의 면담에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경총 회장단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 초청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최근 각종 현안에 대해 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유일한 경제단체가 경총”이라며 “정부가 경총을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경총은 올 들어 상법 개정뿐만 아니라 협력이익공유제, 최저임금 인상, 상속세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사문제에 대해서만 의견을 제시하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경총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빈자리 채우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경총은 지난 7월에 정관 개정을 통해 사업 목적을 ‘자유시장 경제에 기반한 경제사회정책 구현’과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로 넓혔다. 기존 사업 목적은 ‘노사 간의 이해 증진 및 협조 체제의 확립과 기업경영 합리화’와 ‘건강한 노동운동 조성으로 산업 평화와 국민경제 발전’이었다.
도병욱/박종관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