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바꾸면 간판기업 7곳…투기자본들 '먹잇감' 된다

한경·韓經硏 30대 기업 분석

네이버·셀트리온·KB금융 등
이사진 절반 넘어갈 가능성
정부와 여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 30대 기업 중 SK텔레콤과 삼성SDI 등 간판 기업 7곳의 이사회가 외국 투기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곧바로 노출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연구원이 27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이 많은 30대 기업(10월 말 기준)의 이사회 현황 및 지분율(작년 말 기준)을 종합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 분석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를 함께 시행하면 30대 기업 가운데 7곳의 이사진 절반이 투기자본의 손에 넘어갈 공산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와 셀트리온, KB금융지주,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KT&G, 삼성SDI 등이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이다. 이 중 감사위원을 일반 사내외 이사와 분리해 선임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묶는 법 개정안을 적용하면, 지분을 3% 이하로 쪼갠 해외 투기펀드들이 연합해 상당수 기업의 감사위원(3~5명)을 선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면 외국 투기자본끼리 힘을 합쳐 특정 이사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가능성이 있어 최소 한 명 이상의 이사를 뽑을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정주 한경연 기업혁신팀장은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 헤지펀드들이 활개를 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창민/도병욱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