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100兆 시대-①] 조 단위 베팅…온라인 쇼핑 지각변동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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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이커머스 100조 규모 전망
'위기' 유통기업들 兆 단위 베팅
네이버·카카오, 커머스 변신 예고
온라인 '단골' 만드는 기업이 독식내년 100조원까지 클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새 국면을 맞이한다. 롯데 3조원, 쿠팡 2조원, 신세계 1조원 등 기존 유통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조(兆) 단위' 베팅을 한데다가,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까지 이커머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그동안 이커머스 시장이 '가격'과 '배송' 싸움이었다면 내년에는 유통업체들의 대규모 투자와 인터넷 기업들의 가세로 차별화된 서비스의 전쟁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결국 '온라인 단골고객'을 먼저 만드는 쪽이 소비자를 전부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100조 시장 전망에 앞 다퉈 兆 단위 투자
29일 통계청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가파른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2015년 54조원을 기록했던 온라인 쇼핑시장 거래액은 ▲2016년 65조원 ▲2017년 78조원 ▲2018년 90조원(전망치) ▲2019년 100조원(전망치)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지난해 거래액을 기준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15조원)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11번가(9조원), 롯데(8조원), 쿠팡?위메프?티몬(각 4조원), 신세계(2조원) 등의 순이다.
이 같은 국내 이커머스 지형에 지각변동을 만들어낸 건 기존 유통기업들이다. 오프라인 소매점 판매가 중심이었던 롯데와 신세계가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하면서 사업구조를 온라인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롯데는 지난 8월 e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백화점을 포함한 유통 8개 계열사가 각각 운영 중인 온라인몰을 통합해 하나의 브랜드로 선보이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3조원을 투입, 오는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을 2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가장 먼저 챙긴 일이 e커머스 사업부에 대한 투자 계획을 다듬은 것이라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롯데에게 온라인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는 일은 절박하다는 얘기다.
신세계도 온라인 신설법인을 만드는데 1조7000억원을 투입해 2023년까지 관련 매출을 10조원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해외 투자운용사인 '어피니티(Affinity)'와 '비알브이(BRV)' 등 2곳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도 확정했다.
쿠팡은 지난 20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다시 한번 국내 인터넷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2.2조원)의 투자를 받았다. 쿠팡은 이 자금을 물류망을 확대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은 현재 로켓배송 인력을 늘리고, 새벽배송, 로켓프레시, 쿠팡플렉스 등의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다.이들 유통기업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기존 백화점·마트 회원들을 고스란히 온라인 고객으로 잡아둘 수 있다는 점 등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이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네이버·구글 등 인터넷 기업도 "커머스가 살 길"
내년에는 인터넷 사업자들의 이커머스 진입도 예상된다. 수익을 다각화하고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이커머스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네이버는 이달 초 쇼핑과 간편결제 등을 맡는 네이버페이 조직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승격시켰으며, 개편되는 모바일 메인 화면에 커머스를 기존 대비 상위로 올렸다. 기존 '쇼핑 검색'에서 '네이버 페이'로 이어지는 자체 커머스 생태계를 확장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카카오는 커머스 사업부문을 분리해 다음 달 법인을 설립한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포함된 '선물하기', '스토어', '스타일', '장보기', '파머'를 포함해 '다음 쇼핑' 등 기존 커머스 서비스와 신설사업을 이 법인이 맡는다. 빠르게 몸집을 불리기 위해 이커머스 솔루션 기업인 코리아센터와 인수합병(M&A)도 저울질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도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미 올해 인기 SNS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미지 상품 가격 표시, 구매 시 판매자 사이트 이동 같은 소비자들이 원했던 서비스를 론칭시켰다.
구글도 신세계의 유통망을 활용해 검색 엔진 기반 상품 비교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검색 부문에서 국내 유통·인터넷 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는 구글이 쇼핑 서비스를 정식으로 선보이게 되면 시장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인터넷 기업은 포털이나 메신저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용자를 확보하고 판매자들을 '연결'시켜 단골고객을 만드는데 유통업체들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다. 롯데나 신세계가 상품을 직매입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것과 다른 성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한다.오 연구원은 "내년에는 이커머스 시장이 기존 유통업체에 인터넷 기업들까지 가세해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드는 형국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을 자신들의 서비스에 고착화(Lock-in)시킬 수 있는지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위기' 유통기업들 兆 단위 베팅
네이버·카카오, 커머스 변신 예고
온라인 '단골' 만드는 기업이 독식내년 100조원까지 클 것으로 전망되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새 국면을 맞이한다. 롯데 3조원, 쿠팡 2조원, 신세계 1조원 등 기존 유통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조(兆) 단위' 베팅을 한데다가,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까지 이커머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그동안 이커머스 시장이 '가격'과 '배송' 싸움이었다면 내년에는 유통업체들의 대규모 투자와 인터넷 기업들의 가세로 차별화된 서비스의 전쟁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커머스 업체들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결국 '온라인 단골고객'을 먼저 만드는 쪽이 소비자를 전부 독식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100조 시장 전망에 앞 다퉈 兆 단위 투자
29일 통계청과 이베스트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가파른 성장은 현재 진행형이다. 2015년 54조원을 기록했던 온라인 쇼핑시장 거래액은 ▲2016년 65조원 ▲2017년 78조원 ▲2018년 90조원(전망치) ▲2019년 100조원(전망치)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지난해 거래액을 기준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15조원)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11번가(9조원), 롯데(8조원), 쿠팡?위메프?티몬(각 4조원), 신세계(2조원) 등의 순이다.
이 같은 국내 이커머스 지형에 지각변동을 만들어낸 건 기존 유통기업들이다. 오프라인 소매점 판매가 중심이었던 롯데와 신세계가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하면서 사업구조를 온라인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롯데는 지난 8월 e커머스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백화점을 포함한 유통 8개 계열사가 각각 운영 중인 온라인몰을 통합해 하나의 브랜드로 선보이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3조원을 투입, 오는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을 2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후 가장 먼저 챙긴 일이 e커머스 사업부에 대한 투자 계획을 다듬은 것이라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그만큼 롯데에게 온라인으로 사업구조를 바꾸는 일은 절박하다는 얘기다.
신세계도 온라인 신설법인을 만드는데 1조7000억원을 투입해 2023년까지 관련 매출을 10조원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달에는 해외 투자운용사인 '어피니티(Affinity)'와 '비알브이(BRV)' 등 2곳으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도 확정했다.
쿠팡은 지난 20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다시 한번 국내 인터넷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2.2조원)의 투자를 받았다. 쿠팡은 이 자금을 물류망을 확대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드는 데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쿠팡은 현재 로켓배송 인력을 늘리고, 새벽배송, 로켓프레시, 쿠팡플렉스 등의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다.이들 유통기업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 기존 백화점·마트 회원들을 고스란히 온라인 고객으로 잡아둘 수 있다는 점 등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이 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네이버·구글 등 인터넷 기업도 "커머스가 살 길"
내년에는 인터넷 사업자들의 이커머스 진입도 예상된다. 수익을 다각화하고 소비자와 접점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이커머스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네이버는 이달 초 쇼핑과 간편결제 등을 맡는 네이버페이 조직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승격시켰으며, 개편되는 모바일 메인 화면에 커머스를 기존 대비 상위로 올렸다. 기존 '쇼핑 검색'에서 '네이버 페이'로 이어지는 자체 커머스 생태계를 확장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카카오는 커머스 사업부문을 분리해 다음 달 법인을 설립한다.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포함된 '선물하기', '스토어', '스타일', '장보기', '파머'를 포함해 '다음 쇼핑' 등 기존 커머스 서비스와 신설사업을 이 법인이 맡는다. 빠르게 몸집을 불리기 위해 이커머스 솔루션 기업인 코리아센터와 인수합병(M&A)도 저울질하고 있다.
페이스북과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들도 국내 이커머스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미 올해 인기 SNS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미지 상품 가격 표시, 구매 시 판매자 사이트 이동 같은 소비자들이 원했던 서비스를 론칭시켰다.
구글도 신세계의 유통망을 활용해 검색 엔진 기반 상품 비교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에선 검색 부문에서 국내 유통·인터넷 업체들을 압도하고 있는 구글이 쇼핑 서비스를 정식으로 선보이게 되면 시장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 인터넷 기업은 포털이나 메신저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용자를 확보하고 판매자들을 '연결'시켜 단골고객을 만드는데 유통업체들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다. 롯데나 신세계가 상품을 직매입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는 것과 다른 성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접근한다.오 연구원은 "내년에는 이커머스 시장이 기존 유통업체에 인터넷 기업들까지 가세해 새로운 경쟁 구도를 만드는 형국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을 자신들의 서비스에 고착화(Lock-in)시킬 수 있는지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고 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