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북한제재완화 조건제시로 핵무기 조기폐기 끌어내야"

"北철도현대화 전향적사고 필요…통일비용으로 투자 이뤄져야"
中전문가 "'CVID' 보다 'CRID' 현실적"
북한의 일부 핵무기 조기 폐기 결단을 끌어내기 위해 대북제재 완화의 조건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28일 열린 '2018 동북아평화협력포럼' 발표문에서 "대북제재 완화의 조건을 명시함으로써 북한이 일부 핵무기의 조기 폐기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은 "비핵화 과정을 지속하도록 만들기 위해 제재 시행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완전한 비핵화가 검증돼야 제재가 완화 내지 해제된다면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내 강경파는 물론 주민들로부터 강한 도전에 직면하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은 또 "재래식 군사력의 열세에 있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 이후 재래식 군사력 증강에 힘을 쏟아 새로운 군비경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남북한 간 군비 통제와 한미 군사연습의 중지를 넘어 주한미군 성격전환을 비롯한 한반도 군사안보구조 전반에 대한 검토에 착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조 위원은 아울러 "주변국의 핵무기 개발경쟁 재개는 한반도 비핵화의 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의 포괄적 합의가 나온 시점에 맞춰 새로운 평화적인 핵질서로서 '동북아 제한적 비핵화지대'를 위한 대화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신범식 서울대 교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 관련 발표문에서 "북한 철도 현대화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전향적 사고 전환이 요청된다"며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철도 연결과 북한 철도 현대화 비용은 통일비용이라는 측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제안했다.그는 이어 "2000년대 초반 연구에서 남한의 1990년도 수준으로 북한 철도를 현대화하는 데 6조 9천6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면서 "경의선 연결 남측 구간인 문산∼장단 12㎞의 단선 복원에만 547억 원의 자금이 소요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 교수는 "통일비용을 효율적으로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생각하면 철도, 도로, 전력을 비롯한 북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단지 북한 경제 회생에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도 생산 유발 효과를 가져와 투자액의 약 96% 정도가 경제적 효과로 돌아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동북아 경제협력을 주제로 한 발표문에서 "북한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과 기회를 다양하게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고, 남북 간 경제협력과 연계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첫 단계는 상호 신뢰를 강화하는 것이며, 민간 차원의 교류협력이 이런 작업을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북핵 문제에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는 외국 전문가 제언도 있었다.

신치앙 중국 푸단대 교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보다 'CRID'(조건부이고 상호적이고 점진적인 비핵화·conditional, reciprocal, incremental denuclearization)를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북한에 CVID를 달성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마치 자살을 하라는 것과 같다"면서 "CVID가 최종 목표겠지만, 더 현실적으로는 CRID를 활용해서 CVID로 가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