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훈 감독 "반민정과 내가 같은 편? 조덕제 여론몰이 무서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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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제 "감독 디렉션 때문" 해명 반발, "난 성추행하라 한 적 없다"장훈 감독이 재판 후에도 이어지는 반민정과 조덕제의 갈등에 대해 직접 입을 열었다.
장훈 감독 "3년간 재판 때문에 입다물어…왜곡된 진실 있다"
"조덕제, 반민정 누구의 편도 아니야…날 악용"
장훈 감독은 28일 한경닷컴과 전화 인터뷰에서 "3년간 재판에 영향을 미칠까 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고, 어느 쪽에도 관여하지 않으려 일부러 피해왔다"며 "하지만 가만히 있는 3년 동안 제가 지질한 감독, 비겁한 연출자가 돼 있더라. 이제 재판도 끝났으니 할 얘기를 다 하려 한다"면서 그동안 참아왔던 속내를 털어놓았다. 장훈 감독은 반민정이 2015년 4월 조덕제를 강제추행 혐의로 신고했던 영화 '사랑은 없다' 촬영장을 총지휘했던 연출자였다.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때에도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두 배우들이 상처받을 수 있다"면서 세세한 표현 하나까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조덕제가 억울함을 호소했던 핵심 포인트인 "감독의 디렉션으로 연기에 집중했다"며 강제 추행 혐의를 부정하는 행동에 대해선 특히 "디렉션을 준 것은 맞지만 앞뒤 상황을 다 자르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 나를 바보로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장훈 감독은 '사랑은 없다' 촬영장 분위기를 설명하기 앞서 "우리 영화는 애로 영화가 아니다"며 "조덕제와 반민정은 폭력적인 남편, 그 폭력에 힘들어하는 아내 역할을 맡았고, 문제의 촬영장 당일 처음 호흡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사건 발생 상황에 대해 "해당 장면이 촬영된 신발장은 입구도 좁고, 벽 한쪽 면의 거울 때문에 모습이 비칠까 봐 모든 스태프가 다른 장소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며 "저 역시 바닥으로 선을 연결해 옆방에서 카메라로 두 사람을 지켜봤고, 카메라 설정이 바스트 샷으로 고정 돼 있어 조덕제의 손이 반민정의 하체에 들어갔는지는 정확하게 보지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어 "제가 첫 촬영으로 얼어있던 조덕제를 독려하기 위해 '거침없이 해라', '짐승처럼 해라' 등의 조언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바스트 샷을 찍으면서 하의에 손을 넣는 추행을 하라고 말하진 않았다"며 "정신병자도 아니고 하의에 손을 넣는 추행을 하라고 감독이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도 장훈 감독은 두려워했다. "지금 제가 무슨 말을 해도 여론을 돌릴 수 있을까 싶다"며 "사실을 말해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상한 팬덤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반민정, 조덕제의 갈등을 누구보다 자세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장훈 감독은 "제 얘기가 나오니 자꾸 댓글에 눈이 간다"며 "어제도 MBC '당신이 믿고 있는 페이크' 방송 후 2시간 정도는 이전과 달리 반민정에게 우호적인 댓글이 달리더니, 어느 순간부터 또 분위기가 달라졌다. 놀랍고 어이가 없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장훈 감독은 "난 누구의 편도 아니다", "조덕제, 반민정 모두 자신에게 유리하게만 말하려고 하는 부분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조덕제는 페이스북, 유튜브를 통해 저를 완전히 반민정과 한 편으로 몰고 가는데, 그렇게 말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제가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3년간의 법정 다툼, 그리고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이어지는 공방을 보면서 장훈 감독은 "그때 제가 '컷을 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계속 한다"며 "바스트 샷으로 화면만 보고 있어서 대법원 판결대로 강제 추행이 발생했는지 몰랐던 거, 그게 가장 큰 아쉬움이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절대 참지 않겠다"며 "저에 대한 비방, 사실과 다른 내용이 올라오면 저도 페이스북으로, 인터뷰로 대응하겠다. 그동안 못 했던 말, 모아뒀던 자료를 모두 공개할 마음이 있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한편 조덕제의 반민정 강제추행치상 혐의는 올해 9월 대법원을 통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이 확정되면서 법정 다툼은 끝났다. 하지만 조덕제는 페이스북, 유튜브 개인 방송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며 반민정, 장훈 감독을 비방하는 내용을 게재해 왔다. 결국 반민정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돼 지난 10월엔 4차례에 걸쳐 경기 남양주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 송치 예정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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