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9호선 연장…둔촌·고덕 '수혜' 기대

3단계 구간 내달 1일 개통

삼전역~보훈병원역 8개역 신설
김포공항~올림픽공원 50분 연결

올들어 둔촌 등 아파트 값 급등
1만 가구 입주 물량은 '부담'
28일 서울시가 둔촌오륜역 역사에서 개최한 9호선 3단계 구간 언론 공개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개화행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9호선 3단계 구간은 착공 9년 만에 다음달 1일 개통한다.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가 지하철 9호선 시대를 맞이한다. 9호선 3단계 구간(종합운동장역~보훈병원역)이 착공 9년 만에 다음달 1일 개통한다. 9호선은 강남·여의도 등 주요 업무지구를 지나 ‘황금 노선’으로 불린다. 강동구와 송파구 교통망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교통 호재가 선반영된 데다 정부 부동산 규제도 강해 집값이 크게 뛰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착공 9년 만에 개통
서울시는 “지하철 9호선 3단계 구간인 삼전∼중앙보훈병원 8개 역을 다음달 1일 오전 5시30분 첫차 운행을 시작으로 개통한다”고 28일 밝혔다. 9호선 3단계 구간은 서울 잠실운동장~보훈병원을 잇는 9.2㎞ 길이 노선이다. 8개 역이 새로 들어선다. 이 중 급행역은 석촌, 올림픽공원, 보훈병원 등 3개 역이다.

앞으로 9호선 1단계(개화역~신논현역)와 2015년 3월 개통한 2단계(신논현역~종합운동장역)까지 포함해 총 39.2㎞, 39개 역이 연결된다. 2009년 12월 착공해 9년 만에 개통을 앞두고 있다. 1995년 5호선 개통 이후 강동구에 23년 만에 들어서는 새 지하철이다.개통 뒤 강동구·송파구 교통망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한제현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개통 뒤 올림픽공원에서 김포공항까지 이동 시간은 72분에서 50분으로 단축된다”며 “버스와 자가용 등에 따른 도로 교통 혼잡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구는 서울에서 교통이 불편한 곳으로 꼽힌다. 5호선이 강동 중심부를 지나지만 ‘반쪽 지하철’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강동역에서 마천행과 상일동행으로 분기되는 탓이다. 방화역(강서구)에서 강동역까지 같은 노선을 달리다 순차적으로 한 대는 마천역 방향으로, 한 대는 상일동역 방향으로 운행한다. 강남권을 가려면 2호선, 8호선 등으로 환승해야 하는 불편도 컸다. 송파구 삼전동과 석촌동 주민도 그동안 가까운 전철역이 없어 버스를 타고 2호선 종합운동장역 등으로 향했다.강동구·송파구 수혜

부동산 전문가들은 9호선 3단계 노선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강동구 둔촌동·고덕지구, 송파구 삼전동·석촌동을 수혜지역으로 꼽았다. 다만 역 개통이 당장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집값에 선반영된 재료인 데다 내년 강동구 입주 물량이 1만 가구에 육박해서다.

9호선 3단계 주변 아파트값은 최근 역대 최고가 수준으로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을 보면 둔촌동 ‘둔촌푸르지오’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0억200만원에 실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올초 8억5000만원에 손바뀜한 주택형이다. 보훈병원역 주변 ‘둔촌현대1차’(84㎡)도 지난달 8억7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썼다.둔촌동 K공인 관계자는 “둔촌푸르지오는 직전 최고가(10억원)에서 2000만~3000만원 조정 가능한 급매물도 있다”며 “9년 가까이 공사해 9호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을 중심으로 꾸준히 실수요가 유입됐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역 개통으로 유동인구가 늘면 주변 상가 임대료는 오를 수 있다”면서도 “내년 강동 입주 물량이 1만여 가구에 달해 교통호재가 있더라도 수급 논리에 따라 집값이 오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9호선 혼잡도 ‘가중’

이번 개통으로 9호선이 더 혼잡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늘어나는 이용객 수에 비해 열차가 부족해서다. 서울시는 3단계 구간 개통일인 다음달 1일부터 급행열차인 6량 열차를 기존 17대에서 20대로 늘린다. 그러나 이용객 수가 15% 증가하면 급행열차 혼잡도가 기존 163%에서 173%로 높아진다는 게 서울시 계산이다. 160명이 정원인 열차 1량에 277명 정도가 탄다는 의미다. 급행 역은 3개가 더 늘어나는데 운행 횟수는 34회로 기존과 같다 보니 배차 시간도 40초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다만 손형권 서울시 민자철도운영팀장은 “강동에서 강남으로 오는 하행구간 이용객이 늘 것으로 예상돼 기존 혼잡 구간인 가양~노량진 상행 구간 혼잡도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보훈병원과 강동구 고덕강일1지구를 잇는 9호선 4단계 구간(3.8㎞)도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뒤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 중이다. 내년 하반기 착공 예정이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