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년 만에 족쇄 풀린 부동산신탁 사업자 선정…한투·우리銀 연합군 등 12개 컨소시엄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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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지주, 그룹차원서 준비▶마켓인사이트 11월28일 오후 1시57분
이지스는 키움證 등과 손잡아
사업 계획·자기자본 등 평가 거쳐
금융위, 최대 3곳 예비인가 낼 듯
10년 만에 빗장이 열리는 부동산신탁 인가 신청에 증권사와 건설사, 사모펀드(PEF) 등 12곳의 컨소시엄이 대거 도전장을 냈다.한국투자금융지주는 우리은행과 손잡고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우며 신청을 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와 함께 인가전에 뛰어들었다. 부동산 운용업계의 강자인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도 함께 출사표를 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6~27일 부동산신탁업 신규 진입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을 받은 결과 12곳이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8일 발표했다. 부동산신탁은 부동산의 관리, 임대, 개발 등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일종의 종합 부동산 서비스업이다. 부동산 시장이 좋았던 최근 몇 년간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12곳 ‘합종연횡’ 각축이번에 신청서를 낸 12곳 중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우리은행, SH공사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컨소시엄에 10% 미만 소수주주로 들어온 우리은행과 SH공사는 정부가 대주주이기 때문에 사업 신뢰도와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NH농협금융지주는 계열사인 농협네트웍스와 함께 인가전에 도전장을 냈다. SH공사는 NH컨소시엄에도 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SH공사는 대한자산신탁과도 손을 잡는 등 부동산 신탁업에 진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부동산 운용업체인 이지스자산운용과 마스턴투자운용은 키움증권 및 현대차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신영증권은 유진투자증권, 부국증권은 이베스트투자증권과 각각 손을 잡았다. 대신증권은 단독으로 인가전에 뛰어들었다. SK증권은 바른자산운용과 한배를 탔다. 생보부동산신탁 인수를 추진 중인 부동산 시행사 진원이앤씨도 신규 인가 신청서를 내 눈길을 끌었다.부산상공회의소 회원사 26곳은 PEF를 통해 부동산신탁사를 거느리는 구조로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스톤브릿지캐피탈이 PEF의 운용사(GP)를 맡고, BNK금융그룹 계열사인 BNK캐피탈·BNK저축은행·BNK신용정보와 삼한종합건설, 태웅 등이 출자하는 형태다.
내년 3월 최대 세 곳 예비인가
금융위는 금융감독원과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거쳐 내년 3월 중 최대 세 곳에 예비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예비인가를 받은 곳이 인적·물적 요건 등을 갖춰 본인가를 신청하면 1개월 이내 최종 인가를 받아 영업을 개시할 수 있다. 예정대로라면 2009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내년 신규 부동산신탁 회사가 탄생하게 된다.강영수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예비인가 심사에서는 사업계획의 배점이 가장 높고 대주주 적합성과 이해상충 방지체계, 인력·물적 설비, 자기자본 등의 순서로 가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신탁 시장은 2009년 이후 신규 진입 없이 11개 업체가 유지돼왔다. 국내 11개 부동산신탁사의 올 상반기 영업수익 합계는 5889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1.9%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17.6% 증가한 2853억원이었다.
하지만 부동산신탁의 향후 업황은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경기가 하강하면 수익성이 악화돼 부실이 커질 수 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최근 집값이 약세로 돌아선 것도 부담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내년부터 부동산신탁업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기준을 강화하는 등 건전성 감독 단계를 높이기로 했다.
하수정/김진성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