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유료 콘텐츠 공짜로 푼다…넷플릭스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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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제작한 영화·쇼…구글 자회사로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자체 제작한 영화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내년부터 무료 공개한다. 구글이 넷플릭스, 아마존 등과의 사용자 확보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소비자 눈을 단번에 사로잡을 콘텐츠를 앞세워 플랫폼 시장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유튜브는 27일(현지시간) 내년부터 자체 제작한 영화, 쇼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광고와 함께 일반 가입자에게도 무료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금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월 11.99달러(약 1만3000원)를 내는 프리미엄 회원에게만 제공하고 있다. 유튜브는 “더 많은 글로벌 이용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유튜브는 개방 범위를 넓히지 않으면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에서 잊혀질 수 있다고 판단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는 한 달에 20억 명의 사용자(로그인 기준)가 찾지만 대부분은 단순 업로딩된 영상만 이용한다. 2016년부터 월정액을 내는 프리미엄 서비스를 도입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요금 받지 않기로
'플랫폼 공룡' 전쟁 격화
애플·디즈니·AT&T 가세
유튜브의 오리지널 콘텐츠 무료 전환은 넷플릭스 아마존 등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올 들어 넷플릭스와 직접 경쟁하는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TV’도 미국 시장에 내놓고 가입자를 확대하고 있다.
유튜브는 사용자가 월 20억 명이 넘을 뿐 아니라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의 95%가 선호하는 가장 인기 높은 플랫폼이다. 한국에서도 동영상 플랫폼시장에서 유튜브 점유율은 86%(지난 5월 기준)에 이른다.게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내년에만 50여 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며 진행 중인 프로젝트만 60개가 넘는다. 지난해 미국 외 국가에서 최초로 한국이 오리지널 콘텐츠 ‘달려라, 빅뱅단!’을 선보였고, 올해 드라마 ‘탑매니지먼트’ 등을 제작해 방송하고 있다. 또 프랑스, 독일, 일본, 인도 등에서도 지역 특성에 맞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술 기업들이 오리지널 콘텐츠에 매달리는 것은 플랫폼을 확대하는 핵심 동력이어서다. 온라인 DVD 대여업체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2013년 제작한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가 공전의 흥행을 거두며 성공 신화를 썼다. 지난 3분기 기준 1억3700만 명의 글로벌 유료 가입자를 확보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7860만 명이 미국 외 가입자다.
넷플릭스와 함께 아마존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서 앞서 뛰고 있는 가운데 애플도 내년 3월 독자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아이폰 사용자 등에게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디즈니도 내년 하반기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를 내놓을 예정이다. 지난 6월 타임워너를 인수한 AT&T 역시 내년 스트리밍 서비스를 출시할 가능성이 있다.올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90억달러가량을 투자한 넷플릭스는 내년에도 그 이상을 퍼부을 계획이다. 아마존은 내년에 이런 넷플릭스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