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파월의 변심…월가의 애매한 반응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손을 든 걸까요.

파월 의장은 28일(현지시간) 뉴욕경제클럽 연설에서 “정책금리가 역사적으로는 여전히 낮지만 경제를 중립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준(중립금리)바로 아래(just below)에 머물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는 지난 10월 3일 “정책금리가 중립금리에서 멀리 떨어져있다(a long way)”고 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당시 그 발언으로 10월 긴 조정장이 촉발됐지요.그새 달라진 건 뭘까요? 미 경기 호조세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제지표들이 예상치 밑으로 나오는 횟수가 조금 늘긴 했지만 펀더멘털은 건강합니다.

달라진 건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의 강도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달 파월에 대해 “지나치게 까분다”고 했었지만, 엊그제엔 “제이(제롬의 약칭)를 선택한 이후 지금까지 전혀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선 파월을 추천한 므누신 재무장관을 비판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파월도 신경을 쓴 듯 합니다.
파월은 갑자기 자세를 바꾸면 체면이 깎이는 만큼 지난 14일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고 새로운 언급을 내놓았습니다. 통상 Fed는 뭔가 변화를 하려할 때 새로운 현상에 대해 언급부터 하지요. 이후 리처드 클라이다 부의장은 “금리가 중립 수준에서 멀지 않다”고 두 번이나 애드벌룬을 띄웠습니다.그런 뒤 이날 파월 의장이 같은 말을 하면서 10월3일에서 방향을 튼 겁니다.

파월 의장의 전향 덕분에 28일 뉴욕 증시는 폭등했습니다.
다우지수는 617.7포인트(2.48%) 급등했고, S&P 500 지수는 2.30%, 나스닥은 2.95%나 올랐습니다.

월스트리트에선 파월 의장을 변화를 반기면서도 “며칠짜리 단기 재료”라고 해석하거나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이날 증시는 급등했고, 달러화는 급락했습니다. 이 두 시장은 파월 반응에 환호한 겁니다. 또 시카고 연방기금선물시장은 내년 금리 인상 횟수를 당초 1.6차례에서 1차례 약간 위로 낮췄습니다.
기존 Fed의 점도표를 보면 위원들은 중립금리 수준을 3% 안팎(2.5~3.5%)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번만 더 올려면 중립금리 하단에 닿고, 세번 올리면 중간점인 3%에 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채권 시장은 별달리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2년물 금리는 2.6bp 떨어진 2.805%로 마감됐지만,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오르다가 1.3bp 떨어진 수준에서 마감했고 30년물 금리는 오히려 0.9bp 올랐습니다.
파월이 정책금리 인상 속도를 줄이면 미 경기가 과열돼 장기 금리가 오른다고 봤거거나, 혹은 Fed와 관계없이 미 재무부가 국채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에 시장 금리 상승세는 계속될 수 있다고 봤을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금융사들의 해석을 들어봤습니다.
비둘기파적 해석과, 경계하는 반응이 반반 정도 엇갈리는 상황입니다.▲모건스탠리=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아래에 있다는 파월 의장의 말은 지난 10월3일 발언과는 거리를 두는 것으로 보임. 비둘기파적인 발언으로 평가함.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지난 10월 언급과 비교해 기본 전망은 동일하지만 위험은 양방향으로 인식함. 보다 균형잡힌 언급으로 평가.

▲웰스파고= 이번 연설에서 경제전망 변화는 거의 없었지만, 다소 비둘기파적 방향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평가함. 지난 10월 연설 대비 다소 일관성이 떨어짐. 점도표 상의 정책금리 장기전망 범위(2.5~3.5%)와 현재 금리 상단(2.25%)를 비교해 정책금리가 다소 아래에 있다고 평가한 것일 수도 있음.

▲HSBC= "중립금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지난 10월의 언급과 비교해 상당히 비둘기파적인 변화로 평가함. 12월 FOMC에서 예정대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나 그 이후 금리 인상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봄

▲RBC=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아래에 있다는 말을 근거로 Fed가 곧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임. 추정 중립금리 범위를 감안할 때 현재 금리가 범위 하단에 있음을 언급한 것에 불과함▲TD아메리트레이드= 파월 의장의 연설 이후 채권 시장에서 금리 하락은 과도한 시장 반응으로 평가함. 이번 연설로 Fed가 금리 인상을 잠시 중단할 것으로 보는 건 잘못된 해석이라고 봄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