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기 못 펴는 외국은행, 수익성 악화에 '엑소더스'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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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장에서 짐을 빼는 외국계 은행들이 늘고 있다. 파생상품 영업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자 특히 영미·유럽계 은행들의 국내지점 폐쇄가 잇따랐다. 먹거리를 찾지 못한 외국계 은행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5개 외국계 은행이 문을 닫았다.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 영국의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스페인계 빌바오 비스까야 아르헨따리아(BBVA)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지점을 폐쇄했다. 모두 하나 밖에 없는 국내 지점을 정리하고 나간 것이다.
맥쿼리은행도 최근 지점 폐쇄 소식을 전했다. 서울지점을 폐쇄하고, 맥쿼리증권에 은행 업무를 이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증권과 상품시장을 합병하는 CGM(Commodities and Global Market Group)을 출범했고 한국시장도 이러한 맥락에서 은행과 증권 업무를 통합하는 것이라고 맥쿼리 그룹 측은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의 통계를 보면 외국은행 국내지점(외은 지점) 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45개로 5년 전(56개)보다 11개 줄었다. 외은 지점은 1993년 74개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한국시장에 이별을 고한 외국계 은행들은 투자은행 성격이 강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장외파생상품 투자 매매업에 강점을 가지는데 업계는 이같은 강점이 국내 시장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한다.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 규제가 강화된 데다 2009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은행이 영위하던 장외파생상품 업무가 증권사에 허용되면서 영업환경이 급격히 나빠졌다.
수익성은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38개 외은 지점의 총자산순이익률(ROA) 합계는 -5.93%로 나타났다. 작년 말 6.10에서 올해 3월 -0.25%로, 다시 -5%대로 고꾸라졌다. ROA는 기업의 총자산에서 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ROA가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 효율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실적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의 순이익은 8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000억원) 증가했다.
국내 은행은 작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8조1000억원, 3조1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연간 순이익도 2011년(14조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이루면서 은행 실적을 끌어 올렸다.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외은 지점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은 지점의 이탈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은행들은 디지털화를 앞당기며 모바일 뱅킹으로 판매 채널을 확장했지만 여전히 외국계 은행들은 판매채널 확대에 보수적"이라며 "장외파생상품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매금융 분야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먹거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점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5개 외국계 은행이 문을 닫았다.미국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와 로얄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스위스 최대은행인 UBS, 영국의 투자은행 바클레이즈, 스페인계 빌바오 비스까야 아르헨따리아(BBVA)가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 지점을 폐쇄했다. 모두 하나 밖에 없는 국내 지점을 정리하고 나간 것이다.
맥쿼리은행도 최근 지점 폐쇄 소식을 전했다. 서울지점을 폐쇄하고, 맥쿼리증권에 은행 업무를 이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증권과 상품시장을 합병하는 CGM(Commodities and Global Market Group)을 출범했고 한국시장도 이러한 맥락에서 은행과 증권 업무를 통합하는 것이라고 맥쿼리 그룹 측은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의 통계를 보면 외국은행 국내지점(외은 지점) 수는 올해 6월 말 기준 45개로 5년 전(56개)보다 11개 줄었다. 외은 지점은 1993년 74개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한국시장에 이별을 고한 외국계 은행들은 투자은행 성격이 강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특히 장외파생상품 투자 매매업에 강점을 가지는데 업계는 이같은 강점이 국내 시장에서는 약점으로 작용했다고 풀이한다.
글로벌 파생상품 거래 규제가 강화된 데다 2009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은행이 영위하던 장외파생상품 업무가 증권사에 허용되면서 영업환경이 급격히 나빠졌다.
수익성은 날이 갈수록 악화됐다. 지난 6월 말 기준 38개 외은 지점의 총자산순이익률(ROA) 합계는 -5.93%로 나타났다. 작년 말 6.10에서 올해 3월 -0.25%로, 다시 -5%대로 고꾸라졌다. ROA는 기업의 총자산에서 순이익을 얼마나 올렸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ROA가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 효율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실적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은행의 순이익은 8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000억원) 증가했다.
국내 은행은 작년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8조1000억원, 3조1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연간 순이익도 2011년(14조원)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이루면서 은행 실적을 끌어 올렸다.전문가들은 국내 시장에서 외은 지점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은 지점의 이탈이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은행들은 디지털화를 앞당기며 모바일 뱅킹으로 판매 채널을 확장했지만 여전히 외국계 은행들은 판매채널 확대에 보수적"이라며 "장외파생상품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매금융 분야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먹거리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지점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