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균형발전하려면 지방 대도시권 먼저 키워야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
2017년 기준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인구는 2550만 명이다. 전국 5145만 명의 절반이 몰려 있다. 부산과 울산, 경남을 합친 인구는 795만 명으로 수도권의 3분의 1이 안 된다. 대전과 충북, 충남에 세종까지 해도 556만 명이다. 지방분권은 이런 불균형의 해법일까.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는 현 상태에서의 분권은 오히려 불균형을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지역으로 사람들이 더 몰리기 때문이다.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인 저자는 지방도 자기 결정권을 가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분권에도 순서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 책은 지난해 저자가 쓴 《지방도시 살생부》의 후속작 격이다. 당시 저자는 외곽 개발을 멈추고 도시의 중심에 인구를 모아야 한다는 압축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책에서는 국토의 균형을 맞추려면 수도권과 상대할 수 있는 곳을 키워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는다. 충청권에서는 대전, 영남권에서는 부산·울산, 호남권에서는 광주를 중심으로 한 지방의 대도시권이다.

저자는 이 대도시권들이 “서울과 같은 수준의 공공인프라와 문화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평 배분만 앞세운다면 지방의 모든 도시들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서서히 침몰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지방분권 과정과 프랑스의 거점개발 전략을 살펴보면서 오래된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도 역설한다. 분권을 강화하면 당연히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과 독립성이 커질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마강래 지음, 개마고원, 248쪽, 1만4000원)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