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이웅열 "아들 경영승계, 나중에 능력있다 판단돼야 가능"

'플랫폼 사업' 중요성 강조…"창업, 이르면 내년 상반기 될 수도"
"다른 재벌오너에 미안"…"경영진 잘못하면 대주주로서 정당한 권한 행사"
코오롱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을 전격 선언한 이웅열(63) 회장은 29일 아들로의 경영 승계 문제에 대해 "나중에 능력이 있다고 판단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이 회장은 이날 오후 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단 초청 간담회에서 향후 아들 이규호(34) ㈜코오롱 전략기획담당 전무에게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계획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회장은 "나는 (아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라면서 "아들에게 하루를 1주일처럼 살라고 말했다.

자기도 무엇인가를 맡으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이는 이 전무에게 그룹경영을 물려주겠다는 뜻과 함께 당분간 테스트 기간을 갖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전무는 지난 2014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차장으로 입사했으며, 지주사 코오롱에서 상무 승진 후 코오롱 산하 벤처지원회사 코오롱이노베이스 설립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그룹의 주요 계열사 지분은 전혀 없이 아무런 경영승계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이 회장은 이 전무가 개인적으로 참여한 벤처기업의 주주 책임을 내세워 그룹 경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자신의 퇴임 발표를 아들 이 전무와 사내 임원 4명 정도만 알고 있었으며, 6개월 전부터 퇴임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퇴임을 계획하기 시작한 시점에 대한 질문엔 "제가 따라가는 속도가 늦더라. 임원인사 명단을 받았는데 내가 모르는 인물들도 있었다"라고 솔직히 털어놨다.또 "중장기 전략을 보고받는데 나 때문에 '보고를 위한 보고'를 하는 것 같아서 퇴임 결심을 더 굳히게 됐다"며 "내가 (그룹의) 변화를 위해 모멘텀을 만들어주는 게 의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퇴임 후 코오롱그룹 경영에 간섭할 뜻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나는 아버지로부터 그룹을 물려받고 아버지로부터 아무런 경영상의 지시를 받지 않았다.

나도 관여 안 할 것"이라며 "내가 국내에 있으면 이래저래 나를 찾을 것 같으니 당분간 해외에 나가 있겠다"고 밝혔다.

다만 주주로서 "경영진이 정말 잘하지 못할 때, 피치 못할 때, 대주주로서 정당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퇴임 문제는 다른 대기업그룹 오너들과 상의하지 않았다며 "다른 재벌 오너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발언엔 은연중 재계의 세대교체와 새 바람을 촉구하는 의미와 함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재계의 책임있는 자리를 맡지 않고 떠나는데 대한 미안함이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퇴임 후 계획에 대해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싶다"며 "여행은 창업의 가장 좋은 밑거름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창업 시점과 사업 내용에 대한 계획도 일부 밝혔다.

이 회장은 시기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며 "천천히 공부하며 창업을 준비하겠다.

창업의 시기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가 될 수도 있고 아니면 1년이 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 아이템으로는 "바이오는 개인이 할 수 있는 아이템은 아닌 것 같다"며 "천재들의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싶다.

이제는 플랫폼 사업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회사를 차리더라도 내가 직접 최고경영자(CEO)는 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23년간 그룹을 이끌며 가장 어려웠던 과제로 '노사문제'를 꼽았다.

그는 "노사문제가 제일 힘들었다"며 "그래서 몇몇 임원과 함께 끝까지 가보자고 결심하고 피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신의 경영스타일에 대해서는 '자율주행'이라며 "내가 세세하게 의사 결정할 게 없었다"고 말했다.

대신 "나는 체력이 좋다.

여기저기 다니며 꾸준히 직원들을 만났다"며 "회사의 주인은 직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그는 "한때 노조원들이 밤에 우리 집 담을 넘고 유리창을 깨고 들어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나는 혹시 노조원들을 물까봐 집에서 키우던 개부터 단속시켰다"며 "이제는 (노사의 관계가) 서로 좋아졌고 생산성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