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하강속 금리 인상…내년 韓경제 경기리스크 커지나

10월 생산·소비·투자 '동반 증가'에도 경기 우려 고조

정책팀 = 지난해 2분기 언저리를 정점으로 경기가 하강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국경제의 경기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기준금리 인상은 가계소비와 투자의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어 경기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0월에는 생산·소비·투자가 9개월 만에 모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개월째 떨어지면서 경기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주요 기관들이 잇따라 올해와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가운데 경제전문가들은 경기리스크가 커졌다며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생산·소비·투자 트리플↑…경기하강 우려는 고조
10월 생산·소비·투자 등 산업 동향을 보여주는 3대 지표가 9개월 만에 모두 상승했지만,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지수(계절조정, 이하 동일)는 전월보다 0.4%, 소매판매지수는 0.2%, 설비투자지수는 1.9% 상승했다.

올해 1월에 이어 9개월 만에 3대 지표가 동시에 개선했다.하지만 경기에 대한 우려는 커졌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0.2포인트 떨어지면서 7개월 연속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경제가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 무게를 싣는 근거다.통상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하락으로 전환한 후 6개월 이상 같은 흐름이 이어지면 당국이 경기 전환을 공식 선언할지 검토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으로 내년 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전망이다.

산업 활동의 양대 축인 소비와 설비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전월과 비교한 소매판매는 7월 0.1%, 8월 0.0%, 9월 -2.1%를 기록하는 등 최근에 상당히 불안한 흐름을 보였고 지난달에 증가로 전환했으나 소폭(0.2%)에 그쳤다.

특히 가계부채가 1천500조원을 돌파한 가운데 이뤄진 금리 인상 결정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소비 심리를 더욱 위축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0으로 전월보다 3.5포인트 하락해 21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금리 인상에 따라 설비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비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설비투자가 최근 2개월간 늘기는 했으나 시장 분위기를 보면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5개월 연속 하락해 2009년 4월(98.5)에 이어 최근 9년여 사이에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 "기준금리 1%포인트 오르면 성장률 0.2%포인트 하락"
통상 기준금리 인상은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가계 대출과 기업 자금조달 금리를 밀어올리게 된다.

이는 소비와 투자에 타격을 줘서 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요구자료에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위축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0.1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요 기관들이 잇따라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경제성장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앞서 한은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9%와 2.8%에서 각각 2.7%로 낮췄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2.8%, 내년 2.6%로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올해 2.8%, 내년 2.6%를 전망했지만, 추가 하향조정 가능성이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2.8%에 이어 내년에는 2.5%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해외 투자은행들의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씨티는 올해 2.7%, 내년 2.5%, 바클레이즈는 올해 2.7%, 내년 2.6%,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올해와 내년 모두 2.7%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 인상은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내년 경기에도 부정적"이라며 "그렇지 않아도 각 기관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데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면에 자본유출의 우려가 적어지고, 가계부채 규모를 축소할 수 있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 경제전문가 "자영업·건설업 위험 고조…재정으로 완충 필요"
경제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소비와 투자 위축이 우려되고, 자영업과 건설업에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며, 재정으로 완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갈등이 어찌 될지 모르는 가운데 투자 위축이 가속하고 소비도 잘 안 살아나는 상황인데, 대외요인인 금리확대차에 따른 금융 불안정을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린 것이니 경기리스크는 더 커질 것"이라며 "결국 정부 재정에서 완충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오르면 자영업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소비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자영업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대부분 버티다가 한계에 온 상황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소비가 살아나느냐가 관건인 만큼 소비확대를 위한 재정대책이 필요하고, 재정뿐 아니라 서비스산업 육성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금리 인상은 투자와 소비 등 내수에 타격이 된다"면서 "특히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건설경기가 극도로 부진한 가운데 부채비율이 높은 건설업체들은 유동성마저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한국개발연구원(KDI) 김현욱 경제전망실장은 "금리 인상은 경기와 투자에 부정적 요인인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최근에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을 중심으로 노동비용 상승과 더불어 자금조달비용 상승압력까지 가세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