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경험 살려 아이 발달 돕는 스마트워치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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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쑥쑥 크는 '라테 파파' 시장박정록 키즈소프트 대표(사진)는 ‘나쁜 아빠’였다. 삼성전자 DMC연구소 개발자이면서 네 자녀의 아빠이던 그는 밤늦게 퇴근해 아이들의 잠든 모습을 보는 게 익숙했다. 아이들 옆에 있어 주지 못하는 게 늘 마음에 걸렸다. 박 대표는 3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와 떨어져 있어도 함께 있는 것처럼 돌볼 수 없을까 고민하다 창업 아이템을 떠올렸다”며 “부모 목소리로 아이들의 습관을 잡아주는 스마트워치인 ‘캐리워치’를 개발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정록 키즈소프트 대표
삼성 출신 아빠 3명이 창업
양치하기 등 부모 목소리로 알려
키즈소프트는 삼성전자 개발자 출신 아빠 세 명이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다.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씨랩(C-Lab)을 거쳐 2016년 분사했다. 이들은 스마트워치 구매자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데 주목했다. 박 대표는 “어린이용 스마트워치를 개발하면 기존 육아·교육 시장 소비자층인 엄마들뿐 아니라 아빠들까지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박 대표는 “아이가 한창 생활습관을 배워나가는 4~8세 시기에 옆에 있어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부모가 많을 것”이라며 “부모와 아이를 연결해줄 수 있도록 캐리워치를 설계한 이유”라고 했다. 부모가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양치하기, 밥 먹기 등 일정을 입력하고 목소리를 녹음하면 자녀의 캐리워치에서 정해진 시간에 엄마·아빠 목소리로 일정을 알려준다. 아이가 과제를 수행하면 시계에서 별 포인트가 보상으로 나온다. 별 포인트는 캐리워치 ‘선물가게’ 메뉴에 들어가면 아이가 엄마·아빠와 함께 정한 선물 쿠폰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외에도 캐리워치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 세계를 둘러보는 ‘세계여행’ 기능, 아이의 주의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의력 검사’ 기능, 노래를 들을 수 있는 ‘캐리앤송’ 기능이 들어 있다. 박 대표는 “작년 7월 서울대 소아정신과와 산학협력 연구를 통해 캐리워치가 주의력과 자기통제력 향상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얻었다”며 “실제로 교육 효과가 있다는 게 증명됐다”고 말했다.
올해 2월 제품을 출시하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박 대표는 “서울국제육아교육전 등 전시회에서 제품을 선보였을 때 구매자 중 40%가량이 남성이었다”며 “자녀에게 캐리워치를 선물한 뒤 만족한 남성 소비자가 여동생 내외를 위해 제품을 추가로 구매한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키즈소프트는 정식 출시를 앞둔 올해 1월 ‘CES 2018’에도 참가해 캐리워치를 선보였다. 박 대표는 “외국 바이어들이 전자기기가 아이의 교육에 나쁘다는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주는 제품이라고 호평했다”고 밝혔다.
이수빈/전범진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