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늘 품은 반창고 '니들 패치' 등장…동네 병원서 바늘 주사기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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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
반창고 안쪽에 미세한 바늘
피부에 약물 직접 투입
의료용은 5~6년 후 상용화
주사기 공포서 벗어날 수 있어
약물량, 기존 주사제의 1000분의 1
보톡스·마스크팩 등 쓰임새 다양

전문가들은 앞으로 5~6년 후면 바늘 주사기가 일상에서 보기 힘든 물건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세한 바늘이 달려 있는 반창고인 ‘니들 패치’가 주사제 형태의 백신을 대체할 것이란 관측이다.미국선 임상 2상 진행 중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니들 패치는 가격이 비싸다. 반창고 한 개가 1만원 안팎에 팔린다. 그럼에도 ‘화장품’이 아니라 ‘공산품’으로 분류된다. 안전성 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란 뜻이다. 이런 화장품들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은 바늘 길이가 0.3㎜에 불과해서다. 피부 표피를 뚫지 못하는 깊이인 만큼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백신 등 의학용 니들 패치는 아직 시제품이 없다. 피부 진피층까지 깊게 바늘이 들어가기 때문에 안전성 검사를 꼭 거쳐야 한다. 이 분야를 선도하는 곳은 미국 조지아공대다. 이 대학은 폴리비닐피롤리돈(PVP)으로 만든 마이크로 니들 백신 임상 2상에 이르렀다. 독감 백신 인체 임상시험은 2015년부터 하고 있다. 가벼운 가려움증 외에는 이렇다 할 부작용이 없었고 항체 반응도 근육 주사를 받은 사람들과 같았다는 게 조지아공대의 설명이다.
니들 패치 백신은 주사기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점 외에도 장점이 많다. 예방접종 효과가 극대화되는 지점은 피부 속 0.7㎜다. 기존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하는 게 불가능한 얕은 깊이여서 많은 약물을 주입해야 한다. 그만큼 주사제에 들어가는 약물의 1000분의 1만 써도 엇비슷한 효력을 낸다.
건조된 약물을 쓰기 때문에 주사제를 냉장 보관할 필요도 없다. 약국에서 반창고를 구입해 피부에 붙이는 것만으로 예방접종이 끝난다는 설명이다. 독감용 백신 외에도 일명 ‘불주사’로 불리는 BCG 경피용 주사 등 다양한 백신을 니들 패치로 만들 수 있다.국내에서도 의학용 니들 패치 실용화 작업이 한창이다. 정준호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기계연구본부장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7월 연어 DNA로 만든 나노마이크로 니들 패치를 선보였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이 검증된 연어 DNA를 활용한 바늘이어서 임상시험에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작다고 기계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기계연구원은 최근 제품 상용화를 위해 연구소기업 에이디엠바이오사이언스를 설립했다. 과학계에선 이 업체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니들 패치 연구가 시작된 지 30년이 지나 이렇다 할 원천특허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 본부장은 “제조 단가를 기존 주사제 백신 수준으로 맞추고 건조 약물의 약성이 기존 주사제 수준으로 나오는지를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백신별로 임상시험을 따로 거쳐야 해 실제 병원에 도입되려면 5~6년 정도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