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값 오르고 후원은 반토막'…더 추워진 저소득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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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계동 104마을 가보니…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본동 104마을. 이곳에 사는 권모씨(74)는 올겨울이 걱정이다.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연탄의 절반도 확보하지 못해서다. 예년 같으면 기업체 등으로부터 후원받은 연탄으로 가득 차 있을 창고에는 허연 폐연탄만 쌓여 있다. 권씨는 “지난해에 비해 연탄 지원이 절반 이상 줄었다”며 “연금이 전부인 20만~25만원의 소득 중 전기, 수도요금 등을 내면 남는 돈이 없는데, 연탄 가격 인상으로 더 힘들어졌다”고 털어놨다.
예년 같으면 가득 차야할 창고
허연 폐연탄만 수북이 쌓여
경기 침체에 사회공헌도 위축
연탄 후원 전년비 43% 줄어
저소득층의 겨울이 더욱 추워지고 있다. 경기부진으로 연탄 후원이 크게 감소하는 와중에 연탄 가격은 인상됐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연탄 후원단체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 10월부터 이달까지 후원받은 연탄은 43만5000장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3% 감소했다. 104마을 주민들을 포함해 국내에는 14만여 가구가 여전히 연탄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탄 후원이 저조한 까닭은 경기부진으로 기업들이 후원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허기복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대표는 “후원의 95%는 기업으로부터 들어오는데, 지난해까지 후원했던 많은 기업이 올해는 후원을 미루거나 축소하고 있다”며 “후원을 미루는 20여 개 기업에 직접 물어보니 하나같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 증가, 하락 국면인 경제상황 때문에 사회공헌사업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연탄 가격을 크게 인상한 것도 저소득층에는 큰 부담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3일 ‘무연탄 및 연탄의 최고판매가격 지정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올해 연탄의 장당 최고가격을 기존보다 105원(19.6%) 오른 639원으로 결정했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이 맺은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협약에 따른 후속조치다.한 가구가 겨울을 나기 위해 소비하는 연탄은 최소 1000장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연탄 가격이 105원 오르면 10만5000원가량을 추가로 내야 하는 셈이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내 노인들은 소득의 80% 이상을 주거, 식생활, 의료비에 지출한다”며 “노인 빈곤율이 대단히 높은 상황에서 연탄 가격 인상은 노인들의 다른 지출을 즉각 위축시켜 삶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락근/정의진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