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콘셉트 스토어'에서 놀자

청춘 놀이터된 '콘셉트 스토어'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복합문화공간 잇따라 개장

2019 소비 트렌드 '카멜레존'
카페·서점 등과 협업해 소비자 유인

'스페이스 H'엔 북카페·공연장…'라움 이스트'엔 아이들 놀이공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 니트 공예 등 취미 강습도 열어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에피그램
‘카멜레존’이 뜨고 있다. 마치 카멜레온이 몸 색깔을 바꾸는 것처럼 주변 상황에 맞춰 변신하는 소비 공간을 일컫는 말이다. 카멜레존은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2019년 소비 트렌드’에 등장한 단어다. 최근 젊은 소비자가 주로 찾는 곳이 복합문화공간이라는 것도 맥락을 같이한다. 젊은 층은 쇼핑뿐만 아니라 놀고 즐기면서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한다. 기업들도 과거엔 제품을 판매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을 끌어모을지, 이들이 공간 안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시대다.카페 접목한 플래그십 스토어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들의 ‘콘셉트 스토어’가 젊은이들의 놀이터로 자리잡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콘셉트 스토어는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머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카페, 문화공연장, 서점 등 체험형 공간을 구성하는 게 핵심이다.

헤지스 스페이스 H
최근 문을 연 LF의 헤지스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 ‘스페이스 H’와 복합문화공간 ‘라움 이스트’가 대표적 예다. 명동에 자리잡은 스페이스 H는 1층을 북카페로 구성했다. 한쪽 벽면에 높은 책장을 세우고 책을 가득 채웠다. 음료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소파도 들여놨다. 제품 판매를 위한 매장이 아닌 것이다. 물론 다른 층에선 옷을 판매하고 있지만 1층 문을 열자마자 마주하는 것은 바로 북카페 ‘카페꼼마’다. 출판사 문학동네가 운영한다. 그 옆에는 미니 공연장도 갖춰놨다. 오는 4일에는 시인 박준과 김민정의 북토크도 열린다. 옥상은 정원으로 꾸며놨다. 헤지스는 앞으로 이곳에서 아티스트, 디자이너, 작가 등과 이색 협업(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할 예정이다.

라움 이스트
강남구 신사동에 새로 문을 연 ‘라움 이스트’도 문화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공간 자체를 예쁘게 구성해 사진 찍기 좋다. LF의 패션 브랜드를 판매하는 곳이자 버니니, 페트론, 문베어 등 술을 마실 수도 있는 비어바이기도 하다. 가족들이 오래 체류할 수 있도록 1층엔 카페 ‘브릿지앤드’를 들여놨고 아이들 놀이공간 ‘부키부키’도 배치했다. 쇼핑하는 동안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게 한 것이다.북적이는 가로수길 체험 매장

일찌감치 체험형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은 곳은 청담동의 ‘10꼬르소꼬모 서울’이다. 편집숍 ‘10꼬르소꼬모’의 콘셉트 스토어이자 레스토랑이다. 2008년부터 10년 넘게 운영하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당시엔 패션 매장과 레스토랑을 결합한 곳이 생소했다. 카페와 서점, 아트 전시, 공연 등 여러 분야와 협업해 팝업스토어(임시매장)로 운영하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0꼬르소꼬모 관계자는 “먼저 1층에서 식사한 뒤 매장을 둘러보면서 옷, 생활용품, 책을 구입해 돌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이젠 많아졌다”며 “매출의 70% 이상은 패션에서 나오지만 음식과 디자인 상품 등으로 고객을 끌어오기 때문에 유인효과가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메종 키츠네
‘10꼬르소꼬모’를 운영하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최근 이 같은 콘셉트 스토어를 신사동에 3개나 냈다. 프랑스 브랜드 ‘메종 키츠네’가 운영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는 ‘카페 키츠네’로 젊은 층을 끌어모으고 있다. 패션과 카페를 접목시킨 공간으로, 평일에도 평균 2000명이나 찾아온다. 주말엔 3000명이 넘는 사람이 몰려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고 쇼핑도 한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여우 모양의 쿠키가 인스타그램 등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성물산이 판권을 획득한 스웨덴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그라니트’도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아러바우트’를 들여놓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또 미국 러닝 전문 브랜드 ‘브룩스’의 국내 판권을 취득한 뒤 체험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가로수길 옆 세로수길에 열었다. 무료로 라커룸과 운동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발 사이즈와 치수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슈파인더 서비스도 제공한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커뮤니티 모임을 할 수 있도록 1층엔 카페를 들여놨다.
10꼬르소꼬모
운동·강습 접목한 매장 ‘인기’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이 가로수길에 팝업스토어를 연 것도 마찬가지다. ‘디스커버리 윈터시티’를 주제로 운영 중인 이곳에선 볼링, 농구 등을 즐길 수 있다. 패딩을 주력 제품으로 팔기 때문에 오로라, 눈 등 아름다운 겨울철 자연 환경에 관한 영상도 틀어준다.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이 홍대에 있는 커스텀멜로우 플래그십 스토어를 아티스트 협업을 위한 공간으로 새단장한 것도 콘텐츠를 강조한 마케팅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올해 3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에피그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경리단길에 열었다. 실제 집처럼 가구와 주방, 거실을 꾸며놨다. 이곳에선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를 위해 ‘올모스트홈 쉐어’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실을 엮어 만드는 ‘마크라메(니트 공예)’를 가르치는 강습은 3만~5만원을 받고 전문강사를 초청해 진행하는데 늘 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일반인도 자유롭게 공간을 대여해 파티, 모임 등을 열 수 있다. 에피그램은 용산 아이파크몰 매장에서 카페도 따로 운영 중인데 전체 매출의 35%가 카페에서 나온다.에피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한경애 코오롱FnC 상무는 “브랜드의 감성을 보여주고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에피그램의 목적”이라며 “소비자와의 접점을 확대하는 활동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