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44%가 이자도 못내는데…"엎친데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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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1년 만에 인상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최저임금 인상과 내수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회생이 어려워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늘고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도 증가할 전망이다.
시름 깊어진 中企·자영업자
시중은행 대출심사 깐깐해져
非은행 대출 137兆 역대 최대
한은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한계 중소기업은 44.1%나 된다. 작년 41.6%에서 더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집계한 한계 중소기업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730개였다. 이는 외부감사 대상 중소기업의 14.4%에 달한다. 한계 중소기업이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지표인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중소기업을 말한다. 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상태가 3년간 지속됐다는 의미다. 한계기업은 2010년 2050개에서 2015년 2754개로 증가하다가 2016년 2666개로 처음 감소한 뒤 지난해 2730개로 다시 늘어났다.빚이 많은 기업도 타격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부채비율 200% 이상 중소기업 비율(한은 기준)은 12.0%로 2016년(10.3%)에 비해 1.7%포인트 늘어났다. 경기도에 있는 한 중소기업 사장은 “정부가 지원하는 정책자금을 받는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금리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을 앞두고 금리까지 인상돼 경영여건이 최악으로 내닫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훨씬 높은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쓰고 있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도 금리 인상의 충격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이 제2금융권 등 비은행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금액은 137조4280억원에 달했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뒤 최대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102조1068억원)보다 35.6%(35조3212억원) 증가한 금액이다. 시중은행의 대출심사가 강화되면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비은행에 손을 벌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자영업자 폐업률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소상공인 부채 중 비은행 대출이 계속 늘고 있다”며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대책 없이 금리만 인상하는 건 폐업하라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