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 놓고 광주시장과 현대차 노조 입장차

이용섭 광주시장과 현대자동차 노조 집행부가 ‘광주형 일자리’를 놓고 30일 처음 만났으나 서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이용섭 시장은 김동찬 광주시의회 의장, 수행단 10여 명과 함께 이날 오전 울산 북구 현대차 울산공장 내 노조 사무실을 찾아 하부영 현대차 노조 지부장 등 노조 집행부와 면담했다.이 시장은 “광주 경제가 너무 어렵다”며 “노조가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 시장은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 일자리를 빼앗거나 노동 희생을 강요하는 정책이 아니다”며 “이 정책이 성공하면 해외로 나간 우리 공장도 국내로 돌아오게 돼 기존 일자리 지속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하부영 지부장은 “이미 자동차 생산공장이 포화한 상태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과잉투자"라며 "이 정책이 잘 되면 기존 노동자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고 안 되면 또 문제가 되는 것이다”고 맞섰다.

그는 “광주시민 염원을 알고 있지만, 울산이 광주보다 실업률이 더 높고 조선업 위기 등으로 더 어렵다"며 "광주형 일자리 추진을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달라”고 요청했다.이날 면담은 30분가량 진행됐지만 별다른 공감대 없이 마무리됐다.

이시장은 이어 김동찬 광주시의회 의장과 함께 하언태 울산공장장을 만난 뒤 정문으로 자리를 옮겨 호소문을 낭독했다

이 시장은 “오늘 절박한 심정으로 울산에 와 상생과 연대를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울산시민과 현대자동차 가족이 광주형 일자리 사업 성공에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A4 용지 3쪽 분량의 호소문을 읽어 내려가는 이 시장의 목소리는 결의에 차 있었지만, 정문을 드나드는 현대차 직원들의 반응은 싸늘했다.이에맞서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형 일자리 관련 울산시민 설문조사 결과 66.7%가 반대했고 '울산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에 63%가 공감했다”고 밝혔다.

광주형 일자리는 광주광역시와 현대차가 합작법인을 만들어 광주에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0만 대 생산공장을 짓고 노동자에게 기존 자동차 업계 임금 절반을 제공하는 것이다.

광주시가 한국노총 등과 합의해 추진하고 있으나 민주노총과 현대차노조는 "기존 일자리가 빼앗길 우려와 이미 포화인 자동차 시장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