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최대 학군 이사 성수기 스타트…가성비 좋은 학군아파트는 어디?
입력
수정
'학군 이사철' 강남·목동 아파트 증가올해 수능 이후 ‘맹모’들이 또 다시 바빠졌다.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역대급 ‘불수능’이라 불릴 정도로 어려웠던 것으로 평가되면서 우수 학원가, 우수 학군 지역으로 이사하려는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매년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는 학군 이주 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다. 3월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 집을 알아보려는학군 이사 수요가 본격화된다.
"전세 대출 가능 여부 사전 확인해야"
명문 학군 지역의 경우 수능 직후인 12월 아파트 거래량이 대폭 증가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명문 학군이 몰려있는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703건에서 수능 직후인 12월 1057건으로 50% 증가했다. 목동학원가가 유명한 양천구 아파트 거래량의 경우도 지난해 11월 447건에서 12월 623건으로 39% 늘었다. 명문학군이 몰려있는 부산 동래구의 경우도 같은 기간 거래량이 405건에서 667건으로 64% 늘었다. 한 학군 전문가는 “기말고사 및 수능이 끝나는 12월부터 봄방학까지 학군 및 학원가를 염두에 둔 이주가 나타난다”면서 “학군 수요는 부동산 경기나 집값과는 상관없는 실수요라 매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녀 성향에 맞는 지역은 어디?
학군 전문가들은 이사에 앞서 자녀의 성향부터 파악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심정섭의 대한민국 학군지도’, ‘심정섭의 대한민국 입시지도’ 등 학군 관련 책을 낸 심정섭 더나음연구소 소장은 “대치동, 목동 등 유명 학군에선 경쟁이 치열하고 학원 스케줄도 빡빡하다”면서 “아이가 경쟁을 감당하지 못하는 성향이라면 명문학군 진입은 재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 아이와 어울리는 학군·학원가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 학업 분위기가 다 달라서다. 대치동과 개포·일원동을 예로 들면 같은 강남학군이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학원가를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학주근접’ 동네인 대치동에선 대부분의 학생들이 정규 수업 이후 학원으로 바로 이어지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한다. 과목 하나하나 경쟁이 치열하기로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반면 개포·일원동은 상대적으로 자유스런 분위기다. 무한 경쟁에 휘둘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학부모들이 선호한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 치열하고, 경우에 따라선 대치동 학원가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대치동은 1등부터 꼴등까지 모두 다닐 수 있는 학원이 있어서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것”이라며 “다만 내신을 고려하면 경쟁이 치열한 대치동에서 중·고교를 다니는 것보다 다른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서울 목동, 중계동, 경기 분당, 안양 평촌, 용인 죽전동·보정동 등은 집값은 저렴하지만 학업성취도는 높은 ‘가성비 좋은 학군’으로 꼽힌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싸면서 좋은 사교육 환경을 갖추고 있어서다. 다만 대치동처럼 다양한 종류의 학원 라인업을 갖추진 못하고 있다.◆가성비 좋은 아파트는?
어디로 이사할지 정했다면 집을 살지 전월세로 살지 결정해야 한다. 명문학군 주변의 집값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어서 기회비용과 자금여력을 따져봐야 한다. 대치동의 대장 아파트인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용면적 84㎡의 실거래가는 24억5000만원(8월)에 달한다. 전셋값도 14억원(8월)이다. 서민들에겐 부담스런 금액이다. 입주 20년 가까이 돼 저렴한 편인 대치현대 전용 85㎡ 매매가격은 15억8500만원(7월), 전셋값은 8억9000만원(10월)에 형성돼 있다. 대치동 학군 진입을 위해 아파트 매매를 결정한다면 최소 10억원 이상의 유동성이 몇년간 묶이게 된다. 향후 집값이 오른다면 매매차익을 거둘 수 있지만, 부동산 경기에 따라 수억원이 떨어질 수도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지난 1년간 매매가격이 5억원 오른 뒤, 최근 한 달 사이 5000만원이 빠졌다. 호가는 2억원 이상 떨어졌다. 아파트가 부담스러우면 다세대주택도 대안이다. 대치동엔 대규모 빌라촌도 형성돼 있다. 한 학군 전문가는 “자녀가 학군에 적응하지 못했을 경우 돌아올 것을 대비해서 매매 생각이 있어도 우선 전세로 2년 정도 살아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전세는 대출 가능 여부 확인 필수
명문학군에서 전세를 얻을 생각이라면 대출 가능 여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으로 지난달 15일부터 1주택자는 부부 합산 소득이 1억원 이하일 때만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받아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합산 소득이 1억원을 넘는 1주택자는 서울보증보험(SGI)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이자와 보증료 부담이 비싼 편이다. 최종 대출금리로 보면 공적보증을 받을 때보다 0.4~0.5%포인트 금리가 높게 책정된다.
다주택자라 하더라도 규제 시행 이전에 전세 대출을 받았다면 소득 요건 제한 없이 만기 연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세에 거주하는 동안 집을 더 사서 다주택자가 됐다면 만기 연장시 2년 내에 집을 처분하고 1주택자가 되겠다는 약정을 맺어야 1회에 한해 만기를 연장해준다. 또한 2주택자가 전세대출보증 신청시 보유주택에 대한 매도 계약서 및 계약금 수령 사실을 입증하고, 전세대출보증 실행일에 소유권이전등기 접수증 등으로 처분완료를 입증할 수 있는 경우에는 1주택자로 간주하고 전세대출보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3개사 모두 보증 한도가 있다. 무한정 전세보증을 받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SGI서울보증의 전세보증 한도는 5억원이다. 주금공과 HUG의 한도는 각각 2억원과 4억원이다.
고 센터장은 “자금계획이 선행되지 않았는데 섣불리 계약하면 계약금을 날릴 수 있다”면서 “역전세난이 우려된다면 전세보증보험을 들거나, 대항력을 갖춰서 전입신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학군 전세대란은 없을 것”
전문가들은 올해는 명문 학군 전세난이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강남권에서 송파 헬리오시티, 개포 블래스티지 등 새아파트들이 올겨울에 대거 입주하는 까닭이다. 다만 특정 초·중·고교를 다닐 수 있는 인기 아파트 단지 전셋값은 여전히 강세를 띌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목동과 중계동은 올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산 투자자들이 늘면서 전세 여유가 있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학군지역에 실거주보다 투자자들이 많이 진입하면서 전세 매물이 예년보다 많아졌다”고 설명했다.정부가 지난해 11월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국제고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없애는 등 교육제도를 개편하면서 서울 강남 등에서 학군 수요가 커지고 있어서다. 자사고 특목고 등 대신 강남 명문학교로 진학하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거주지에 따라 고등학교 배치를 하는 일반고에서는 어느 지역,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가 중요해진다. 정시 비중이 커지는 것도 학군 수요의 변수다. 내신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 강남 학군 선호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시 비중이 커지면 명문 학군으로 이사하려는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