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지는 내년 금리 셈법…한은, 더 올릴 수 있을까

동결론에 힘 실리지만 1회 인상론도 여전…인하 가능성도 고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년 만에 올리면서 추가 인상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내년 경제 전망이 올해보다 어두울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미국은 계속해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으므로 한은의 금리 셈법은 한결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제 둔화 때문에 동결론이 점차 힘을 얻는 모양새지만 아직 내년 1차례 인상 전망도 만만치 않다.

◇ 경제 성장세 관건…금융 안정과 저울질할 듯
한국은행은 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올렸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작년 11월 30일(1.25%→1.50%) 이후 꼭 1년 만이다.

인상 시점은 당초 시장 예상보다 미뤄졌다.한미 금리가 올 3월 역전돼 9월엔 0.75%포인트까지 확대하고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자금 쏠림 현상 때문에 금융 불균형 우려는 커졌지만 경기 우려, 낮은 물가 상승률 등에 발목 잡힌 탓이다.

내년에도 한은은 경기와 금융 안정 둘 사이를 저울질해야 하는 처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한미 금리 차는 확대할 가능성이 높고 경기는 올해보다 더 꺾일 것으로 보여 한은 금리 셈법의 난도는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최근 미국 내 속도조절론이 고개를 들긴 했으나 점도표 상으로 현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내년 3회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한은이 내년에 금리를 올리지 않는다면 한미 금리 역전 폭은 역대 최대인 1.50%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한미 금리 역전이 외국인 자금 유출로 직결되지는 않지만 위기에는 리스크를 증폭시킬 수 있다.

각종 규제에도 소득보다 빨리 불어나는 가계부채도 한은의 걱정거리다.

반면 경기 측면에서 보면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 쉽지 않다.

설비·건설 투자 부진으로 올해 경기가 점차 둔화하는 가운데 내년에는 수출도 꺾여 성장률이 올해만큼 나오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부, 국제통화기금(IMF), 한국개발연구원(KDI),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 대다수 기관은 올해보다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어둡게 보고 있다.

◇ 한은, 추가 인상 모색하나 쉽지 않을 듯…일부에선 인하론도

경기 하강에 대한 우려가 연말이 갈수록 커지면서 내년에는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에 소폭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김진일 고려대 교수는 "경기는 꺾이는데 미국은 금리를 올리려고 하기 때문에 한은으로선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내년엔 금리를 올리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선물은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는 올해보다 부진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유가 하락, 정부의 관리 물가 영향 때문에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낮을 것"이라며 내년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내년 1차례 인상론도 만만치 않다.

한은의 정책 수단인 금리 여력을 확충하는 차원에서다.

추후 경제가 나빠질 때 한은이 금리 인하로 대응하려면 그나마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보일 때 금리를 올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경기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약간 낮은 상태로, 크게 나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통화 정상화를 어쨌든 해야 하는 상황이고 나중에 경기가 더 안 좋아지면 여력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1차례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현대차 증권은 "정책 당국의 금융 불균형 완화 욕구를 보면 내년에도 추가 한 차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 7월로 제시했다.

소수이긴 하지만 인하론도 제기된다.

인하론에는 경제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 세계 경제 하강으로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이 많이 떨어질 것이고 투자 절벽도 우려된다"며 "오히려 금리 인하 얘기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노무라는 한은 기준금리가 내년 동결하다가 내후년에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