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과 트럼프의 6번째 만남…두가지 관전포인트는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각) G20 정상회의 계기에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척을 위한 한·미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 취임후 6번째 한미 정상회담은 배석자 없는 형식 뿐만 아니라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 등 묵직한 의제에도 불구하고 가장 짧은 만남으로 기록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숨가쁜 일정을 쪼갠 30분간의 짧지만 강렬한 만남이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평가다. 두 정상이 논의한 회담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❶트럼프 지지확인..김정은 서울답방 ‘카운트 다운’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G20순방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이 북미간 협상을 진전시키는데 유리한 점도 불리한 점도 있다”면서 “김 위원장 입장에선 2차북미회담 후를 고려하고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미북간 비핵화 협상이나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양국협상 과정을 보면 김 위원장의 답방은 2차 북미회담 이후가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김정은은 연내 서울답방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낸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 입장이 바뀌었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지난 30일 김정은의 서울 답방과 관련,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 중”이라고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평양 정상회담에서의 합의사항이며 남북 모두 이행 의지를 갖고 있다”며 “이에 따라 남측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준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변화된 기류를 반영하듯 한미 정상회담 테이블엔 김정은 답방문제가 주요 의제로 올랐다.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정상회담직후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에 앞선 김정은의 답방을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걸림돌’이 아니라 ‘촉진제’가 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정은의 연내 서울답방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고, 적어도 내년초 2차 미북정상회담 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❷한미정상 “기존 대북제재 유지키로”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2차 미·북정상회담 개최및 비핵화협상을 어떻께 견인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미국의 상응조치 부재에 불만을 품은 북측의 적극적 중재자로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외교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이끌어내기 위해 대북제재 완화 등 문제를 적극 타진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할 것이란 관측과 달리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윤 수석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아베신조 일본총리와 정상회담에서도 대북제제를 유지키로 하는 대북강경입장을 재확인했다.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후 ‘대북제재’유지 입장을 공식화한 것은 일본 등 주변국과의 공조 필요성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따라서 두 정상이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전제로 대북제재 완화 문제를 논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두 정상의 입장이 상응조치를 요구하는 북측에 반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비핵화가 불가역적인 상태에 이를때까지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고, 다만 북한이 좀 더 비핵화를 힘 있게 추진할 수 있도록 그에 따른 상호신뢰관계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계속 말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두 문제는 구분을 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두 정상이 대북제재 문제 뿐만 아니라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시키기 위한 제재완화문제도 논의했을 것이란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부에노스아이레스=손성태/사진=허문찬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