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석달 휴전' 합의…무역전쟁 숨고르기 국면 진입


세계 경제의 1,2위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숨고르기 국면에 진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무대에서 추가관세 부과를 유예하고, 90일간 무역협상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시장의 과도한 우려를 감안해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관세전쟁이 확대되면 양국은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미중 무역갈등에 대한 우려가 컸던 세계 금융시장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앞으로 90일 동안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이 사실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조치를 부과한 중국산 수입품은 약 2500억 달러(283조원) 규모다. 지난 7~8월 5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했고, 9월에는 2000억달러어치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다음달부터는 2000억달러 규모에 대한 관세율을 10%에서 25%로 높이고, 나머지 2670억달러어치에 대해서도 추가로 관세를 부과한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 입장이었다. 이 경우 중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제품에 최고 25%의 관세가 붙게 된다. 1100억 달러(123조원)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중국도 즉각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관세 부과를 미루는 조건으로 부수적인 성과물을 챙겼다. 우선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규제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시진핑 주석은 펜타닐을 규제 약물로 지정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는 미국에 펜타닐을 판매하는 사람은 중국에서 법정 최고형에 처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펜타닐은 헤로인보다 약효가 최대 50배 강한 합성 진통·마취제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이 주요 공급원이라고 지목하고 중국 당국의 협력을 요구해왔다.

중국 당국의 제동으로 사실상 무산됐던 퀄컴의 'NXP 인수' 작업에도 회생의 길이 열렸다. 세계 최대의 휴대폰 반도체 제조사인 미국 퀄컴은 'NXP 반도체 인수계약' 승인을 얻어야 하는 9개 시장 가운데 중국만 남겨놨지만, 미중 무역갈등 속에 최종 허가를 받지 못했다. NXP 인수 포기까지 선언했던 퀄컴으로서는 뒤늦게 재기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중국은 또 미국산 농업·에너지·산업 제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농산물은 즉시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이제 공은 미중 무역협상단에게 넘어가게 됐다. 미중 무역협상이 재개되는 것은 거의 반년 만이다. 시진핑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류허 중국 부총리가 조만간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워싱턴DC를 찾아 무역협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측 대표단은 기존처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좌장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중 양국은 워싱턴DC와 베이징을 오가며 협상을 이어갔지만, 구체적인 타결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전쟁 선전포고에 들어갔다. 반년 만에 재개되는 무역협상은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기하는 미중 무역 불균형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최종 목표가 중국의 '기술 굴기'라는 점도 변수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가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이른바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따라 집중적으로 육성되는 첨단기술 제품들을 대거 포함한 것은 이러한 속내를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다. 또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기술이전 요구, 사이버 절도 등을 협상 이슈로 꼽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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