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법인·VIP카드 혜택 대폭 줄어든다

내달 부가서비스 개편안 발표

금융당국, 수수료율 인하 발표 이어
카드 부가서비스 축소 방안 마련

항공 마일리지·라운지 이용 제한
연회비 대폭 인상안 포함될 수도
업계 "유례없는 과도한 시장 개입"
내년 상반기부터 법인카드와 개인 VIP 카드를 중심으로 항공 마일리지 적립이나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등의 부가서비스 혜택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낮추기 위해 카드사의 각종 부가서비스를 축소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이 카드 수수료율 책정에 이어 카드사의 부가서비스 축소까지 지시하는 건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혜택은 줄고, 연회비는 인상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과 카드업계, 관련 분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태스크포스(TF)’를 이번주에 출범시킬 예정이다. 금융위는 카드상품의 출시 시점과 소비자 이용 기간, 카드사 손실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가서비스 축소 방안을 내년 1월까지 마련할 방침이다. 이후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개정을 거쳐 내년 상반기 새로운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카드사 간 경쟁 심화로 인해 과도한 부가서비스가 상당수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는 구체적으로 항공 마일리지 무제한 적립, 공항 VIP 라운지 및 레스토랑 무료 이용 등을 지나친 부가서비스 혜택으로 지목했다. 소비자들이 연간 8000억원가량의 연회비를 내는 대신 이보다 일곱 배가량 많은 5조8000억원어치의 부가서비스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게 금융위의 판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카드사들이 혜택을 대폭 줄이거나 연회비를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특히 법인카드 및 고소득층이 주로 사용하는 VIP 카드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손질이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위가 비판 여론을 의식해 대부분의 카드회원이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부가서비스는 급격히 축소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도한 부가 혜택은 대부분 법인회원이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 선택권 침해 비판도

금융위의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 방침은 소비자의 신용카드 선택권과 편익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소비자가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때 최우선 고려사항이 부가서비스라는 점을 금융당국이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5년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가 ‘부가서비스 혜택’을 카드 선택의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꼽았다. 신용카드 전문사이트인 카드고릴라가 지난해 직장인 1289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선 ‘대중교통·이동통신 요금 할인’(31.3%)과 ‘항공마일리지 적립 및 공항라운지 이용’(12.6%) 등이 가장 선호하는 카드 혜택으로 꼽혔다.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이 카드 수수료율을 결정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의 부가서비스 혜택까지 손질하는 건 과도한 시장개입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 카드 수수료율은 가맹점과 카드사 간 자율 협상으로 결정된다. 결정 과정도 담합 협의가 있지 않은 한 철저히 비공개에 부쳐진다. 유럽연합(EU)은 2015년부터 신용카드 수수료율 상한선을 0.2~0.3%로 정했다. 하지만 이는 가이드라인일 뿐 일선 현장에선 가맹점과 카드사 간 자율 협상으로 수수료율이 사실상 결정된다.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부가서비스 혜택의 수준까지 규제하는 건 한국을 빼곤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카드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