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후보자 "보유세 높이되 거래세 인하는 신중"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서

"韓경제 성장세 약화되고 있다"…지명 당시 진단과는 달라져
3분기 소득분배 격차 최악 등 최근 경제지표 악화 의식한 듯
"정부 정책 예측 가능하도록 정책 추진 리스트 예고제 도입"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한국 경제에 대해 “성장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부총리로 지명된 뒤 악화된 경제지표가 줄지어 나오면서 경제 인식도 더욱 엄중해지는 모양새다.

홍 후보자는 2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현재 경제 상황에 관한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최근 한국 경제는 투자·고용 등 부진한 지표와 소비·수출 등 견조한 지표가 혼재돼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성장세가 약화하는 모습”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미·중 통상마찰,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 대내외 리스크 확대를 고려하면 내년에도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고용·분배 등 민생여건도 구조적 요인 등이 작용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경제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구조개혁과 체질개선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고 경제활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지난달 9일 부총리로 지명된 이후 경제 상황의 어려움을 줄곧 강조해왔지만 성장세 약화를 언급한 적은 없었다. 지명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진하고 견조한 지표가 혼재돼 있지만 경제 위기, 침체라는 판단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하고, 같은 달 11일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경제도 역시 어렵다”고 말한 정도였다. 지난달 ‘3분기 가계소득동향’에서 소득 분배 격차가 3분기 기준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벌어지고 ‘10월 산업활동동향’에서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14년 만에 7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경제지표가 악화일로를 걷는 데 따른 입장 변화라는 분석이 나온다.홍 후보자는 “부총리로 임명되면 정부 내 원활한 소통, 조율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결정된 정책에 관해서는 경제팀 모두 원팀으로서 한목소리를 내고 결과에는 부총리로서 최종 책임을 질 것”이라며 “기업, 자영업자 등 민간과 여야 등 국회와도 부단하게 소통하겠다”고 약속했다.

부동산 세제와 관련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보유세 비중을 높이고 거래세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홍 후보자는 “한국 부동산 보유세 부담은 국제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낮은 보유세 부담은 재산이 많은 사람이 조세를 더 많이 부담해야 한다는 조세 공평성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거래세 인하에 취득세도 포함되는지에 대해서는 “취득세는 지방세로서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지역 간 재원 배분 등을 고려할 때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가상화폐 정책 방향과 관련해서는 “향후 인프라 구축 경과, 국제 논의 동향 등을 봐가며 가상화폐 분야의 구체적인 과세 방안을 확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홍 후보자는 정책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추진 리스트 예고제’ 도입 계획도 밝혔다. 그는 “정부가 추진할 정책 리스트를 사전에 발표해 정책에 관한 민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임도원/서민준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