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버팀목' 반도체마저 흔들…11월 수출 증가율, 올 들어 최저

지난달 10%대로 '털썩'

연초 40% 넘던 수출 증가율, D램값 하락에 지난달엔 11.6%
내년 경기 전망도 '먹구름'

반짝 회복세 보이던 자동차 수출
지난달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서
올 상반기 40~50%를 넘나들던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지난달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최근 반도체 가격 하락세를 감안하면 조만간 한 자릿수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 수출은 반도체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전체 수출 성장세가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반도체 수출은 106억8000만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6% 늘었다. 지난달 전체 수출 증가율(4.5%)의 두 배가 넘는 성과지만 증가율로는 올 들어 가장 낮다.

올초만 해도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1월 53.3%, 2월 40.8%, 3월 44.2% 등 40%를 웃돌았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30%대로 떨어지더니 9월부터 20%대로 하락했고 지난달엔 10%대까지 주저앉았다.

반도체 가격 하락세 영향이 크다. 산업부에 따르면 D램(DDR4 4기가바이트 기준) 현물가격은 올 1월 4.90달러에서 지난달 3.35달러로 31.6% 떨어졌다. 그간 한국 반도체 판매 증가를 이끌었던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데이터센터 수요가 올 하반기부터 주춤해진 영향이 크다.내년 반도체 경기는 더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달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내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0.3%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가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달 기준 20.6%에 이른다. 반도체 성장세가 꺾이면서 전체 수출도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 외 주력업종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수출 회복세도 ‘반짝 효과’에 그쳤다. 자동차 수출은 올해 2~7월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8월 0.3%, 9~10월 2.8% 증가하며 회복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달 2.0% 감소하며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무선통신기기(-42.2%), 디스플레이(-10.0%), 가전(-16.8%) 등도 수출이 줄었다. 이들 업종의 부진은 중국의 기술력 향상, 국내 공장의 해외 이전 등 구조적인 이유 때문이어서 단기간에 반등하기 어려우리란 관측이 많다. 이런 탓에 전체 수출 증가율도 내림세가 뚜렷하다. 수출 증가율은 지난 8월 8.7%, 9~10월 5.7%에서 지난달 4.5%까지 낮아졌다.그나마 선박 수출이 회복 조짐을 보인 점은 위안거리다. 지난달 선박 수출은 1년 전보다 158.4% 급증했다. 올 3~10월 매달 마이너스를 기록하다가 9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그리스, 핀란드, 싱가포르 등에서 수주했던 대형 운반선 건조 대금이 들어온 데다 작년 11월 수출이 부진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선박 수출은 올해 연간 58.0% 감소에서 내년 13.8% 증가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