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4000억 상생펀드 조성…협력사에 저리 대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 10월 창립 66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혁신을 위한 세 가지 키워드로 ‘다양성’ ‘도전’ ‘협력’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기념사에서 “진정성에 기반한 믿음과 신의야말로 경쟁사들이 모방할 수 없는 우리의 핵심 역량”이라며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요 계열사에 상생경영위원회를 신설한 것도 사업 파트너들과 투명하고 공정하게 협력하며 성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에 한화그룹은 올해 발표한 투자 및 고용 계획에서 신성장동력 확보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가치도 동시에 실현한다는 뜻을 밝혔다. 협력업체와의 상생과 동반성장을 위한 지원, 청년들의 창업과 취업을 위한 플랫폼 구축을 지속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400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협력회사에 저금리로 대출해주고 자금도 지원할 계획이다. 협력사들의 생산성 향상, 연구개발, 안전환경 관리, 직원 교육 훈련도 돕기로 했다.
한화토탈 직원이 충남 대산공장에서 협력사 직원에게 안전점검 노하우를 설명하고 있다. 한화 제공
올 6월 (주)한화와 한화케미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지상방산, 한화건설, 한화갤러리아, 한화S&C 등 한화그룹 7개사는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산업은행과 ‘일자리 창출 상생펀드 금융지원 협약식’을 열었다. 한화그룹과 산업은행이 각각 300억원을 지원해 조성한 이 펀드를 통해 한화 협력사들은 시중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최근 1년간 고용이 증가한 일자리 창출 우수 협력업체에는 추가 금리 인하 혜택도 준다. 한화그룹은 이와 별도로 한화시스템, 한화첨단소재,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12개 계열사가 이미 1330억원 규모의 ‘일자리 창출 상생펀드’에 참여하고 있다.한화그룹은 협력사를 대상으로 한 기술·교육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컨설팅으로 취약점을 개선하는 ‘공정개선 프로그램’과 제조 원가 및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원가 관리 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한화그룹 화학 부문은 협력사 결제 조건 개선, 기술 개발 협력 등 실질적인 지원으로 협력사와의 상생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최근엔 협력사 대표를 초청해 에너지 상생 협력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프로그램은 협력사의 생산설비와 에너지 현황을 진단하고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지난해엔 사내에 ‘공정거래 및 상생협력 강화위원회(공생위)’를 조직해 불공정 거래 근절과 상생 협력에 힘을 쏟고 있다. 공생위는 상생 활동의 독려, 감시 기능을 포함해 협력사 의견을 사내에 전달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활동 현황은 대표가 정기적으로 보고를 받는다. 한화토탈도 설비, 연구, 품질 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사와 교류하고 있다. 과거 사고 사례를 분석해 중소기업의 안전 관리 역량을 키우는 데 힘쓰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금융 지원과 함께 기술 및 교육 지원까지 확대해 협력사가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