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놓고 금감원·금융위 갈등 심화…금감원 노조 "금융위 해체해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금감원 노조가 금융위 해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 분식 의혹 사건을 놓고 두 기관 간 갈등이 표면화된 상황에서 금융위가 예산심사권을 앞세워 '금감원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3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금감원 지부는 성명서를 통해 "금융위가 금감원에 대한 예산심사권을 무기로 금감원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며 "재벌 도우미인 금융위는 해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감원 노조는 삼바 회계 분식 사건에서 두 기관이 대립한 점을 지적해 금융위가 '재벌 편들기'에 나섰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올해 5월 열린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에서 금감원은 고의적인 회계 분식이라고 주장했으나 금융위는 재감리를 명령하며 삼성을 엄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며 "그러나 재감리 과정에서 삼성 내부 문건이 발견되고 삼성바이오의 고의적인 분식임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금감원이 케이뱅크 인허가 특혜 의혹에 대한 금융위의 공동해명 요구를 거절하는 등 금감원이 금융위의 명령을 듣지 않자 금융위가 예산심사권을 이용해 금감원을 옭죄고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현재 상급기관인 금융위는 금감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 중이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내년 예산을 삭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노조는 "금융위가 내년도 금감원 직원의 임금을 동결할 수 있다고 위협하고 있고 헌법이 보장한 노조의 교섭권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금융감독체계 개편 공약을 근거로 들어 금융위 해체를 촉구했다.금감원 노조는 "문 대통령은 금융위가 독점한 금융 정책 기능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겠다는 공약을 했고 '국정 운영 100대 과제'에도 해당 내용이 포함됐다"며 "하지만 금융위는 회계감독팀을 신설하고 자본시장조사단의 인원을 늘리는 등 계속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재벌 편들기와 자기 조직 확대에 눈이 먼 금융위에 더이상 위기관리 기능을 맡길 수 없다"며 "금융위 해체 없는 금융 감독 기구 개편은 무의미하다"고 강조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