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권한 넘겨받을 '사법행정회의' 위헌 논란

대법원장 고유의 사법행정권을 사법행정회의로 넘기는 사법개혁안을 두고 위헌 논란이 벌어졌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3일 서울 서초동 청사에서 개최한 ‘사법행정제도 개선에 관한 토론회’에서다. 이날 토론의 핵심 주제는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이 지난달 사법행정 총괄기구로 사법행정회의를 설치를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었다.개정안의 위헌 소지는 첫번째 발제를 맡은 김민기 부산고등법원 판사가 제기했다. 김 판사는 “헌법상 최고 사법행정기관은 대법원이고 이를 대표하는 것이 대법원장”이라며 “현안대로 사법행정사무에 관한 총괄권한을 대법원이 아닌 사법행정회의에 넘길 경우 위헌의 소지가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동의와 대통령의 임명절차를 거친 대법원장 자리를 사법행정회의로 대체하는 것에 대해 헌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 발제자로 참여한 유지원 변호사는 김 판사에 맞서 “개정안에 따르면 대법원장은 사법행정회의 의장으로서 사법행정권을 일부 가지고 헌법과 법률에서 부여한 권한이 유지되기 때문에 권한의 ‘이양’이 아닌 ‘분산’이라고 봐야 한다”며 위헌 논란을 일축했다. 이어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회의체에선 대법원장 1인이 권한 남용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법행정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지자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개혁을 위해 필요하다며 제안한 기구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회의의 구체적인 모습을 후속추진단에 맡겼으나 후속추진단의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토론회를 여는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법원행정처는 이외에도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을 통해 오는 5일부터 12일까지 전국 법관들을 대상으로 ‘토론회 주제를 포함한 사법행정제도 개선 방향의 주요 쟁점’을 주제로 설문조사를 진행한다. 7일에는 전국법원장회의를 통해 법원장들의 의견도 수렴할 예정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