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비동기화하는 세계 경제, 금리 변수에 유의해야

글로벌 성장세 둔화 속 미국 강세 여전
국가별 성장률 차이가 자본이동 촉진

윤제성 < 美 뉴욕생명자산운용 전무·최고투자책임자(CIO) >
미국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6주 만에 2018년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이런 급락세는 투자자로 하여금 지난 18개월 동안의 ‘골디락스(물가가 안정적인 가운데 성장도 양호한 경제 상황)’ 조건을 되돌아보게 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광범위한 글로벌 경제 성장은 자산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3분기 경제지표는 글로벌 경제 성장이 비동기화(de-synchronize)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미국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탄탄한 소비지출 덕분에 전분기 대비 0.9%(연율 3.6%) 증가했다. 반면 독일과 일본의 GDP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감소했다. 물론 일회성 요인이 있었고 전년 대비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양국의 성장은 확실히 느려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올 들어 기업 및 제조업 신뢰도가 계속 약화되고 있는 유럽에서 두드러진다.경제 상황을 유리하게 해석해온 투자자들은 궁지에 몰리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글로벌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모든 시장과 자산이 상승했지만, 이제부터는 차별적인 성장세와 통화 정책들이 글로벌 투자 기회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는 최근 경제 성장과 회사 실적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주요 경제국은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점에서 경제 환경은 여전히 건설적이다. 그렇다고 세계 경제 연착륙이 반드시 금융시장의 연착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별 성장률 차이는 상당한 자본 이동을 촉진할 수 있다. 미국의 강력한 경기 회복세는 금리 인상을 촉발했다. 이자율이 높아지자 투자자들은 이제 미국 단기 채권에 투자해 합리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로 인해 위험자산에 대한 수익률 기대치가 바뀌고 있다.

우리는 현재 경기 침체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씩 둔화되는 경제지표는 자산 배분에 영향을 미친다. 2019년 자산운용 계획을 짤 때 다음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먼저, 수요 감소는 생산적 자산의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수요 감소는 금융시장에 변동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최근 주요국의 성장 둔화는 에너지와 금속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을 설명한다. 낮은 원자재 가격은 인플레이션 및 인플레이션 기대를 약화시킬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다음으로 금리 차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자극한다. 지난 18개월 동안 미국 경제는 재정 부양, 감세 등에 힘입어 강하게 성장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다른 나라보다 빨리 금리를 올렸고 이는 달러 강세를 불러왔다. 이런 미국의 금리 인상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신흥국에서는 각국의 통화가치 약세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금리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자산 배분에서 중요한 것은 향후 전망이다. 지금까지 미국은 무역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탈리아의 포퓰리즘과 같은 지정학적 위험에 가장 작게 영향받았다. 무역 긴장이 완화되거나 포퓰리즘이 약화되면 신흥국이나 유럽 시장 상황은 뒤바뀔 수 있다. 다만 당분간은 상대적으로 경기가 나은 미국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요인들을 종합하면 성장 둔화는 시장 불안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일부 주요국 시장에서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이 정점을 지나 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뉴스들은 시장 변동성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강력한 경제 펀더멘털과 기업 실적은 향후 18개월간 미국뿐 아니라 각국 시장이 변동성을 극복하도록 도울 것이다. 다만 지정학적 위험은 단기 변동성을 부추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