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지 스카이뷰 푸르지오, 사상초유 분양승인 '철회'

분양승인 받고 공고까지 냈는데…
학교 문제로 철회…"이번주 청약 취소"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개관한 '수지 스카이뷰 푸르지오’ 모델하우스 내부.
급하게 먹던 떡이 체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사상 초유의 '분양 승인 철회' 사태가 발생했다. 일레븐건설이 시행하고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수지 스카이뷰 푸르지오' 얘기다. 수지구 신봉동 신봉도시개발사업구역C-6블럭에 짓는 이 단지는 지난 30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했다. 오는 4일 특별공급, 5일 1순위 등으로 청약일정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모든 일정이 취소됐다. 예비 청약자들은 혼란을 겪게 됐다.분양승인을 내줬던 용인시청은 일레븐건설에 3일 공문을 보내 '추가 협의 과정이 필요하다'며 분양승인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분양일정은 '올스톱'됐지만 '취소'가 아닌 '철회'인 까닭에 분양승인 자체는 살아있게 됐다. 9·13대책의 후속조치 적용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철회가 번복되지 않고 취소로 문제가 확대될 경우는 다르다. 분양승인을 다시 받아야 하고, 9·13대책 후속조치 적용을 받게 된다. 분양권이 주택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분양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 일레븐건설측은 우선 안도하는 동시에 취소로 가지 않기 위한 방안을 궁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용인시청 주택과 관계자는 "분양승인 취소가 아니라 철회다"라며 "분양승인 과정에서 행정적으로 흠결이 발생한 걸 발견했고, 이 때문에 효력을 정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행정적 흠결이란 신봉지구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학교 문제'다.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용인신봉초는 학급당 학생수가 27.8명으로 경기도(22.1명)나 수지구(26.3명) 보다 많다. 때문에 교사당 학생수도 23.6명에 달해 경기도 평균인 18.5명을 웃돌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신봉지구에서는 '아파트 분양 전에 학교문제를 해결하라'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학교 문제는 이 지역의 고질적인 이슈였다. 아파트가 조성된 신봉지구에서 용인-서울고속도로 방면인 서측으로 신봉2지구가 계획됐다. 2014년 계획이 수립된 신봉2지구는 수차례 수정된 개발계획을 수립됐지만, 번번히 학교 문제에 부딪치면서 분양승인이 좌절됐다. 새 아파트 전에 학교를 지어야 한다는 지역주민과 용인시교육청의 입장과 확실치 않은 수요를 위해 무리하게 학교부터 지을 수 없다는 시행사 및 용인시청의 입장이 달라서였다.
갑자기 바뀐 홈페이지. 분양공고문까지 있었던 홈페이지였지만, 3일 현재 '12월 오픈 예정'으로 공고가 변경됐다.
일부에서는 '수지 스카이뷰 푸르지오'가 학교 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단지는 4개동 중 1개동이 49층으로 지어질 예정이었다. 이는 용적률 제한을 상향(600→900%) 시키면서 가능했다. 이에 대해 지역주민들은 광교산으로 둘러쌓인 신봉지구에서 49층의 건축물은 일조권과 조망권,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교통도 문제로 제기됐다. 용인~서울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것 외에 수지구 중심방면으로 나가는 길은 좁은데다 갈림길도 없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신분당선 성복역 방면으로 오가는 차들로 혼잡하다.신봉동 동일하이빌 2단지에 살고 있는 주민 김모(52세)씨는 "신봉지구는 분양당시 분양가가 비쌌고 미분양이 마무리된지도 얼마 안되는 지역이다"라면서도 "쾌적한 자연환경과 조용한 분위기에 지역주민들끼리 만족하면서 살던 동네였는데, 초고층에 학교문제까지 있다보니 주민들의 반발이 많았다"고 말했다.

일레븐건설은 9·13대책의 후속조치를 적용받기 전에 분양승인을 가까스로 내고 황급히 모델하우스를 개관했다. 수요자들에게는 초기 계약금 1000만원과 중도금 무이자라는 파격적인 조건까지 내걸었다. 현재로서는 체한 데에 그쳤지만, 못먹는 떡이 될지 목이 막힐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