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통근자 147만명…"오늘도 출퇴근 지옥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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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후 7시 서울 지하철 4호선 사당역 4번 출구 앞. 버스를 타려는 승객 100여 명이 줄지어 있었다. 수 십 미터 가량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대기 행렬이 10m 폭 인도를 가로막아 오가기 힘들 정도였다. 버스 한 대가 도착했지만 승객을 태우는 데 꼬박 2분이 걸렸다. 그새 대기줄은 1~2m가량 더 길어졌다. 매일 출퇴근 시간에 반복되는 풍경이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임모씨(27)는 “출근길엔 버스 앞문 계단에 5명이 끼여 타 1시간을 달린 적도 있다”며 “수원시에 버스 증차를 요구했으나 서울시에서 동의를 하지 않아 증차가 어렵다는 대답만 돌아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를 어렵게 만드는 ‘칸막이’식 교통행정 체계가 광역교통망 구축을 늦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자체는 행정구역 내의 현안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지자체간 경계를 넘나드는 광역교통 체계에서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해야 할 중앙정부도 사업 분담금 비율, 노선 선정 등 지자체간 이해관계를 통제하거나 조율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어 속수무책이다.◆광역철도·도로·버스노선 신설 줄줄이 표류
지자체 간 경계를 오가는 철도, 도로 신설은 지연되기 일쑤다. 2008년 계획한 위례과천선(위례신도시~경기 과천)은 아직 노선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 경기 과천 등 지자체 4곳이 노선과 차량기지 위치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제3차 광역교통시행계획’에 반영된 수도권 광역간선철도망(13개 노선) 중에서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곳은 단 하나도 없다.
도로 신설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 검단과 경기 김포 일대를 지나는 ‘원당~태리 광역도로’는 김포시와 인천시 간 사업비 분담비율을 두고 수년간 갈등을 빚다가 김포시가 예산 투입을 거부하면서 지난해 무산됐다. 인천시가 독자적으로 재추진 중이지만 사업비가 당초 560억 원에서 1300억 원으로 늘어나 걸림돌이 되고 있다.광역버스는 이해관계가 더 복잡하다. 운수사업법에 따라 해당 시·도지사가 모두 동의해야 광역버스 운행이 가능해서다. 서울시는 광역버스 증설을 꺼리는 분위기다. ‘버스총량제’까지 만들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버스 확충을 막고 있다. 서울시는 버스 적자를 보전해 주는 ‘준공영제’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로 통근하는 경기도민에게 서울시 예산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광역버스 확충에 따라 늘어나는 도로 혼잡도도 서울시로선 부담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이유로 광역버스 노선을 2005년 26개에서 지난해 10개로 대폭 줄였다.
노선 조정조차 쉽지 않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시는 경기도와 인천시가 요청한 ‘서울 진입 버스 노선’ 신설 및 증차 요청 711건 중 225건(31.7%)을 거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기·인천 등에서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광역버스 노선 하나를 신설하더라도 노선, 요금, 재원 등을 두고 지자체간 합의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 OECD 최고피해는 고스란히 수도권 통근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경기·인천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사람은 하루 147만명에 이른다. 수도권 거주 근로자 중 21.2%는 1시간 이상 통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6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출퇴근 시간은 58분으로 평균(28분)보다 2배 길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던 성상묵 씨(27)는 ”서울로 출퇴근하는데 하루 3시간이 걸리는데 그마저도 사당역을 가는 광역버스가 1대 뿐이어서 수십명 승객들이 끼여탄다”며 “도저히 출퇴근할 수 없다고 판단해 두 달 전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55만원을 주고 서울에 작은 원룸을 얻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광역교통체계 마련을 위한 법적 권한이 중앙 정부에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지자체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도 국토부가 중재 외에 교통 계획을 강제로 추진할 방법이 없다. 광역교통 사업이 지연돼도 지자체를 강제할 수 있는 조항도 없다. 경기도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매년 반기마다 광역교통계획 추진 현황을 국토부에 보고하고 있지만 교통망 건설이 늦어져도 처벌 조항이 없어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강력한 법적 권한과 자체 인사·재정권을 가진 광역교통행정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를 어렵게 만드는 ‘칸막이’식 교통행정 체계가 광역교통망 구축을 늦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자체는 행정구역 내의 현안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지자체간 경계를 넘나드는 광역교통 체계에서 사각지대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해야 할 중앙정부도 사업 분담금 비율, 노선 선정 등 지자체간 이해관계를 통제하거나 조율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어 속수무책이다.◆광역철도·도로·버스노선 신설 줄줄이 표류
지자체 간 경계를 오가는 철도, 도로 신설은 지연되기 일쑤다. 2008년 계획한 위례과천선(위례신도시~경기 과천)은 아직 노선조차 확정하지 못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 경기 과천 등 지자체 4곳이 노선과 차량기지 위치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제3차 광역교통시행계획’에 반영된 수도권 광역간선철도망(13개 노선) 중에서 당초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는 곳은 단 하나도 없다.
도로 신설도 예외는 아니다. 인천 검단과 경기 김포 일대를 지나는 ‘원당~태리 광역도로’는 김포시와 인천시 간 사업비 분담비율을 두고 수년간 갈등을 빚다가 김포시가 예산 투입을 거부하면서 지난해 무산됐다. 인천시가 독자적으로 재추진 중이지만 사업비가 당초 560억 원에서 1300억 원으로 늘어나 걸림돌이 되고 있다.광역버스는 이해관계가 더 복잡하다. 운수사업법에 따라 해당 시·도지사가 모두 동의해야 광역버스 운행이 가능해서다. 서울시는 광역버스 증설을 꺼리는 분위기다. ‘버스총량제’까지 만들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버스 확충을 막고 있다. 서울시는 버스 적자를 보전해 주는 ‘준공영제’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로 통근하는 경기도민에게 서울시 예산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광역버스 확충에 따라 늘어나는 도로 혼잡도도 서울시로선 부담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이유로 광역버스 노선을 2005년 26개에서 지난해 10개로 대폭 줄였다.
노선 조정조차 쉽지 않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서울시는 경기도와 인천시가 요청한 ‘서울 진입 버스 노선’ 신설 및 증차 요청 711건 중 225건(31.7%)을 거부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경기·인천 등에서 서울 도심으로 향하는 광역버스 노선 하나를 신설하더라도 노선, 요금, 재원 등을 두고 지자체간 합의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출퇴근 시간 OECD 최고피해는 고스란히 수도권 통근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경기·인천에서 서울로 통근하는 사람은 하루 147만명에 이른다. 수도권 거주 근로자 중 21.2%는 1시간 이상 통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16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출퇴근 시간은 58분으로 평균(28분)보다 2배 길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던 성상묵 씨(27)는 ”서울로 출퇴근하는데 하루 3시간이 걸리는데 그마저도 사당역을 가는 광역버스가 1대 뿐이어서 수십명 승객들이 끼여탄다”며 “도저히 출퇴근할 수 없다고 판단해 두 달 전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55만원을 주고 서울에 작은 원룸을 얻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광역교통체계 마련을 위한 법적 권한이 중앙 정부에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지자체간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해도 국토부가 중재 외에 교통 계획을 강제로 추진할 방법이 없다. 광역교통 사업이 지연돼도 지자체를 강제할 수 있는 조항도 없다. 경기도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매년 반기마다 광역교통계획 추진 현황을 국토부에 보고하고 있지만 교통망 건설이 늦어져도 처벌 조항이 없어 사업 추진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강력한 법적 권한과 자체 인사·재정권을 가진 광역교통행정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