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청문회…"예스맨·바지사장"vs"정책기획·조정능력자"

여야, '자질·소신·군 면제' 공방
'부총리 패싱 반복되면 직 던지겠나' 질의에 "그렇다"
'만성간염 군면제' 도마 위에…"모욕감 느낀다, 지금도 치료제 복용"
여야는 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홍 후보자의 자질과 소신, 군 면제 등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홍 후보자가 기존 정부 정책 기조의 전환 의지가 없다며 '예스맨', '청와대 바지사장'의 표현을 쓰며 "소신 없이 청와대에 끌려다닐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은 "정책기획력과 조정능력이 뛰어나다"고 방어막을 치면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등 정부 정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했다.

한국당 박명재 의원은 "김동연 부총리가 청와대와 각을 세우니 말을 잘 듣는 '예스맨'인 홍 후보자를 임명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우리 경제가 왜 잘못됐는지 소신을 갖고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부총리 교체로 우리 경제의 희망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해봤는데 홍 후보자의 발언을 보니 결국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인사에서는 홍 후보자를 '원톱'이라고 얘기하지만, 시중에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히든 원톱'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이종구 의원은 "시중에서는 홍 후보자가 '청와대 바지사장'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 제도를 그대로 하겠다는데 김동연 부총리와 다른 게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홍 후보자가 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 등을 보면 1기 경제팀의 정책 추진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경제 정책이 달라지지 않으면 왜 부총리를 교체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야당에서 '소신이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홍 후보자는 "저도 공직생활을 33년 하면서 그렇게 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소신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아프게 생각한다"며 "소통을 강화해 제가 부족한 역량을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청와대와 주요 정책을 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부총리 패싱' 이야기가 나왔다.

만약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홍 후보자는 "경제 문제는 부총리가 팀장으로 책임지고 이끌겠다는 의지가 있다.김수현 정책실장과도 그렇게 협조가 됐다"고 말했다.

추 의원이 또 "(청와대와 의견 충돌이) 반복되면 항의하고 직을 던질 각오가 되어 있느냐"라고 묻자 "그렇다"라고 잘라 말했다.

박근혜정부에서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등을 지냈던 홍 후보자는 야당 의원들이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가 경제를 망쳤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저는 (그 말에) 꼭 의견을 같이 하지는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의 공세와 달리,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과 양극화의 구조적인 문제를 풀고 포용국가로 나아가는 데 있어 정책기획력과 조정능력이 중요한데, 홍 후보자가 그래서 임명된 것 같다"며 홍 후보자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심 의원은 "홍 후보자가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으로 재임할 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입법 실무를 책임졌고, 국무조정실장 때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에 앞장섰다"며 "규제 혁신의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도 "홍 후보자는 공적개발 원조사업을 설계하고 청와대에서 국정기획 전반을 조율하는 등 행정 경험의 폭이 넓고 경제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기획력과 조정능력이 있다"며 "지난 보수 정부 7년간 추락한 성장 잠재력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같은 당 김정우 의원은 "신뢰를 유지하려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중요하다.

부총리가 바뀐다고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 안 된다"며 전임 경제팀과 일관적인 기조로 정책을 추진해나갈 것을 주문했다.

홍 후보자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논쟁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포용적 성장의 길을 가지 않을 수 없다"며 1기 경제팀이 추진해온 정책을 큰 기조 변화 없이 이어받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홍 후보자가 행정고시 합격 후 만성간염으로 병역면제를 받은 문제도 논란이 됐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은 "만성간염으로 병역이 면제됐는데 만성간염은 치료가 만만치 않다.

공무원 근무도 어렵다"며 "왜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나서 병역면제를 받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홍 후보자는 재학생 신분을 이유로 4번 신체검사를 연기했고, 1985년도에 폐결핵이 석회화된 음영으로 나타나지만 면제 요건이 안돼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병역기피 시도가 실패한 것"이라며 "1986년 신검에서 만성간염으로 면제를 받았다.

진단서를 받은 절차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비활동성' 만성간염이면 (공무원 근무도) 가능하다"며 "당시 간 치료약이 없었고 법정 전염병이어서 군에서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병역기피 시도가 실패했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모욕감을 느낀다"며 "고위공직자가 병역 의무를 못 한 것은 개인적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럽다.그러나 관련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10년 이상, 지금도 복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