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휴전후 혼란 가중…합의안·협상전망 '안갯속'

트럼프 경제팀 '휴전합의 띄우기'에도 합의 내용·협상일정에 혼선
미국 정부내 대중국 강경파·협상파 갈등 또 부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 담판에서 휴전에 합의했지만, 협상전망은 물론이고 합의 내용을 둘러싸고도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지난 1일(현지시간) 이뤄진 미·중 정상 간 합의에 대해 트럼프 경제팀이 앞다퉈 '띄우기'에 나섰지만, 정작 성명 내용과 협상 일정을 둘러싸고 혼란이 빚어진 데다 수년 묵은 쟁점들을 단기간에 해결해야 하는 만큼 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안개에 싸여 있다.

당장 이번 합의의 핵심인 '90일의 휴전' 기간부터 혼동이 빚어졌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래리 커들로 위원장은 3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관세 인상에 대해 대통령은 (내년) 1월 1일을 시작으로 90일을 말했다"며 관세 유보 기간의 시작일을 내년 1월 1일로 지목했다.미국은 2천억달러 중국산 제품에 매기는 관세율을 내년 1월 1일부터 10%에서 25%로 인상할 계획이었다가 정상회담에서 90일간 유보를 결정했던 만큼 정상회담일인 지난 1일이 시작점으로 여겨져 왔다.

커들로 위원장의 발언 이후 몇 시간 만에 백악관은 휴전 시작일은 지난 1일이라고 정정했다고 블룸버그와 악시오스는 전했다.

혼란은 양국이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공동성명을 내지 않은 와중에 백악관 성명이 상세한 내용 없이 빈약하고 중국 외교부 성명과도 차이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밤 갑자기 "중국이 현재 40%인 미국에서 중국에 들어가는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줄이고 없애는 데 동의했다"는 트윗을 올렸다.

중국에서 겅솽(耿爽)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 도중 이 질문이 나오자 "유관 부문에 물어보라"며 피해갔으며 90일간 협상 기간이 언제부터 적용되느냐는 질문에도 "새로 추가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중국이 발표한 정상회담 결과 성명에는 90일이라는 휴전 기간에 대한 언급 자체가 없었고 미국산 농산물 등을 상당한 규모로 수입하겠다는 내용도 없었다.합의 내용에 대한 의문이 커지자 트럼프 경제팀은 3일 이번 정상회담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중국에 '이행'을 촉구하기에 바쁜 하루를 보냈으나 정작 관심의 대상이었던 합의의 세부사항을 명쾌히 설명하진 못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우리는 이것을 실질적인 합의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매우 희망하고 있다"며 "중국은 말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를 '엄청난 사건'이라고 지칭한 커들로 위원장은 자동차 관세와 관련해서 "우리에겐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아직 없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다른 말을 하면서도 "자동차 관세가 '제로(0)'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전면 철폐하려면 세계무역기구(WTO) 모든 회원국에 이를 적용해야 한다.

왜 양국 성명에 자동차 관세가 언급되지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 커들로 위원장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엉뚱한 주장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또한 커들로 위원장은 지적 재산권 침해와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때 기술이전이 강제되는 문제 등의 핵심 쟁점에 대해서도 양국이 "어느 정도 합의에 꽤 근접했다"고 말했지만, 상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백악관 내 대중국 강경파와 온건파 간 해묵은 갈등은 중대한 무역협상을 앞두고도 재연되고 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미국 측 협상 대표로 지명했다고 보도했으며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협상을 총괄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나바로 국장과 함께 트럼프 정부의 대(對)중국 '매파'로 꼽힌다.

반면 앞선 무역협상에서 좌장을 맡았던 온건파 므누신 장관은 협상팀을 이끄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며,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로스 상무장관과 함께 대통령을 뒷받침하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CNBC는 여전히 협상단을 누가 이끌지 분명하지 않다면서 공개적으로 드러나도록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역할에 대한 반박이 나온 것은 트럼프 경제팀의 분열적 요소를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AP통신은 디테일 부족과 급박한 일정, 중국의 양보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 확산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90일 휴전을 '중대한 돌파구'로 자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보니 그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정상회담 후 혼란에 대해 "상세한 협상안 없이 정상회담에 들어가면 이런 일이 생긴다"며 양국 무역협상에 대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창출할 것이라는 확실한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