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입주' 헬리오시티發 전셋값 하락 일파…송파·위례까지 만파
입력
수정
지면A26
10월 8억원→6억5000만원까지 가격 '뚝'“전세 대기자들은 전용면적 84㎡ 매물이 5억원대로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과 두 달 전 최고 8억원에 거래됐지만 입주가 가까워지면서 호가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서입니다.”(서울 송파구 가락동 W공인 대표)
송파구 전셋값 5주째 내리막…서울 최대폭 하락
'1년 단기계약' 전용 84 5억5000만원 매물도
개포·고덕 등 줄줄이 입주…"내년에도 안정세"
이달 말 입주를 시작할 매머드급 단지 ‘헬리오시티’(9510가구) 전셋값이 급락하고 있다. 10월 고점 대비 1억원 이상 떨어졌다. 이 영향으로 위례신도시 등 주변 전셋값도 5000만원 이상 추락했다. 내년까지 서울 동남권 입주 물량이 풍부해 전셋값이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했다.헬리오시티 전셋값 1억 이상 ‘뚝’
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 전세 매물은 지난 10월 입지 여건에 따라 7억~8억원 수준에 거래됐다. 거래가는 지난달 6억5000만~7억원으로 내려왔다. 이달에는 최저 6억2000만원에 실거래됐다. 실거래 기준으로 두 달 만에 1억원 이상 추락했다.
현재 중간층 호가는 6억5000만원 전후에 형성돼 있다. 하지만 급매물은 5억5000만원에도 나왔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두 달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가락동 D공인 관계자는 “장기보유특별공제혜택을 받기 위해 실입주가 필요한 집주인이 1년짜리 단기 임대로 내놓았다”며 “조건이 까다로워 문의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가락동 일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전세 대기자들은 호가가 더 떨어지길 기다리며 계약 체결을 미루고 있다. 가락동 C공인 관계자는 “5억원대 매물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는 대기자들이 더러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셋값 하락은 주변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송파동 ‘송파파인탑아파트’ 전용 59㎡는 이달 들어 5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달 6억원 초반대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위례신도시 ‘위례아이파크1차’ 전용 100㎡는 이달 초 전월 대비 5000만원가량 내린 7억원에 전세로 거래됐다. 지난 10월 7억원에 전세 거래된 ‘위례신도시송파푸르지오’ 전용 106㎡도 지난달 6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경기 성남시 창곡동 R공인 관계자는 “헬리오시티 등 입지 여건이 좋은 신축이 싼 가격에 나오니까 수요자들이 서두르지 않는다”며 “비수기와 맞물려 전셋값이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헬리오시티 입주를 앞둔 송파구 일대 전셋값 하락세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지난달 26일 기준) 송파구 전셋값은 이전주 대비 0.14% 하락하면서 5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내년 입주물량 올해의 두 배”
향후 2년간 서울 동남권 입주물량이 풍부해 전셋값은 당분간 안정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내년 서울에서만 5만1000여 가구가 입주한다. 올해 입주 물량의 두 배 정도다. 송파구와 강동구의 입주 물량이 각각 1만여 가구 이상으로 많다. 2020년에도 동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4만여 가구가 입주한다. 2014년을 전후로 재건축·재개발에 들어간 단지들의 입주가 본격화하면서 공급이 풍성해졌다.내년 주요 입주 물량을 보면 강남구에선 내년 초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블레스티지’ 1957가구가 입주한다. 송파구와 함께 입주 물량이 몰린 강동구에선 내년 9월 4900여 가구 규모의 고덕동 ‘그라시움’이 집들이에 나선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일시적으로 공급량이 대폭 늘면서 전셋값이 조정받고 있다”며 “매매 거래와 달리 집주인이 시장 가격에 순응하는 성향이 강해 전셋값은 한동안 내림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갭투자자들이 뱉어내는 물량까지 겹쳐 공급 과잉 상황을 맞았다”며 “적어도 내년까진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출규제로 전세 수요가 위축된 영향도 받고 있다. 정부는 ‘9·13 대책’을 통해 2주택자와 고소득자의 전세 자금 대출을 차단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랩장은 “대출 규제로 강남권 고가 전세가 소화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구민기/이주현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