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계약 변경까지 교섭 대상…"프랜차이즈 사업 근간 흔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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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점주 노조' 사실상 허용정부와 여당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에게 본사와의 단체교섭권을 보장해주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데 대해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사업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한 프랜차이즈 본사 관계자는 “점주와 본사가 맺은 사적 계약을 단체교섭을 통해 바꿀 수 있도록 한 건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가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란 지적도 있다.
가맹점주단체 허용하고 교섭권 부여…당정, 法개정 추진
점주들이 교섭으로 물품가격·구매처까지 바꿀 수 있어
프랜차이즈 본사 "계약자유 원칙 위배…존립마저 위태"
사실상 가맹점주 노조 허용공정거래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이 입법화를 추진하는 ‘가맹점주단체 신고제도’는 일정 규모 이상의 구성원을 확보한 가맹점주 단체에 교섭권을 부여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현행 가맹사업거래법도 가맹점주단체 구성과 협의 요청권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맹점주 단체를 어떻게 구성할 수 있는지, 본사가 교섭을 거부하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등이 명시되지 않았다. 강제성이 없다는 얘기다.
당정은 가맹사업거래법을 바꿔 가맹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해 교섭에 나설 수 있게 하겠다고 합의했다. 정부안을 따로 만들지 않고 이미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정된 전해철 민주당 의원안을 토대로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전 의원안에는 ‘가맹점주 단체가 가맹계약의 변경 등 거래조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본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교섭을 거부하면 매출의 최대 2% 혹은 5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물린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성실교섭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어기면 처벌하도록 한 노동조합법과 비슷하다.
개정안은 가맹점주 단체가 단체 명칭, 사무소 소재지, 대표자 성명, 구성원 수 등을 신고하면 공정위가 7일 이내에 신고필증을 교부하도록 했다. 정부가 단체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몇 명 이상이 가입해야 가맹점주 단체로 인정할지 등은 시행령으로 규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같은 프랜차이즈 내에 복수의 가맹점주 단체를 설립하는 것도 가능하다.콜라 냅킨 등 구입처 변경 가능
프랜차이즈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가맹점주가 본사와 맺은 계약을 단체교섭을 통해 추후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에는 교섭으로 거래조건을 바꿀 수 있다고 돼 있는데, 거래조건에는 본사가 공급하고 가맹점주들이 사용하는 재료 및 물품의 가격 등이 포함된다.
예컨대 치킨가게가 사용하는 콜라 젓가락 냅킨 치킨무 박스 등의 가격이 비싸다고 판단하면 가맹점주가 모여 단체를 구성한 뒤 가맹본부에 가격을 내리거나 구매처를 외부로 돌린다는 협의를 할 수 있다. 한 프랜차이즈본부 대표는 “물품 가격엔 본사의 관리비와 영업비, 마케팅비가 반영돼 있다”며 “외부 전문업체는 이런 비용이 없기 때문에 싼 곳이 있을 수 있는데, 그렇다고 공급처를 외부로 돌리면 프랜차이즈 사업의 존립 자체가 어렵게 된다”고 했다.제빵사 노조를 둔 파리바게뜨의 경우 점주들이 단체를 구성해 “제빵사 노조와 충돌이 있으니 본사가 해결해달라”고 요청하는 ‘을’과 ‘을’ 간의 갈등까지 본사가 해결해야 한다.
“프랜차이즈업(業) 근본 허물어”
프랜차이즈업계는 당정의 가맹사업거래법 개정 시도를 “업(業)의 근본을 허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유계약의 원칙에 따라 계약서를 맺어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계약을 교섭을 통해 바꾸면 사업 자체를 영위할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한 프랜차이즈 업체 임원은 “계약에 따른 법률 관계 형성은 완전히 각자의 자유에 맡기며 국가와 법도 이 결과를 승인해야 한다는 자유계약의 원칙이 있다”며 “법 개정은 이를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했다.업계는 가맹점주 단체를 복수로 설립할 수 있게 한 데 대해서도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내에 지역별로 다수의 단체가 생길 수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본사 차원에서 관리비가 상승한다. 박기영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장은 “지속가능한 성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존립은 가능하게 해줘야 일자리도 창출하고 장기적으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재후/이태훈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