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매파에 힘실리는 美무역협상단…벌써 내부주도권 다툼?

나바로 "라이트하이저가 협상 총괄"…므누신 "트럼프가 협상단 이끈다"
미국과 중국이 3개월짜리 '시한부 무역협상'에 들어간 가운데 미국 무역대표단 내부의 주도권 다툼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무역대표단의 내부 기류는 '90일 무역협상'의 성패를 가르는 가늠자이기 때문이다.

기존처럼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협상파'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협상단을 이끌 것이라는 관측과는 달리, 보호무역 성향의 '강경 매파'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좌장을 맡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중 정상의 '관세전쟁 휴전'에 협상파의 입장이 반영된 모양새라면,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는 대중 강경론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뜻이다.미·중 협상의 험로를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3일(현지시간)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협상을 총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했다.

나바로 국장은 NPR에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우리가 지금껏 USTR에서 경험했던 가장 터프한 협상가"라며 "관세 및 비(非)관세 장벽을 낮추고 시장접근을 막는 모든 구조적 관행들을 없앨 것"이라고 강조했다.나바로 국장은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강경론'을 대변하는 핵심 인사로 꼽힌다.

애초 미·중 정상회담 배석자 명단에서 배제됐다가,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입김'으로 막판 합류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반면 므누신 장관의 뉘앙스는 사뭇 다르다.므누신 장관은 경제매체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협상을 낙관하면서 협상팀의 원톱은 어디까지나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므누신 장관은 "분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을 이끌 것이라는 점"이라며 "협상팀은 포괄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부와 농림부가 트럼프 대통령은 뒷받침하게 되고, 라이트하이저 대표 역시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함께 협상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요한 역할을 맡기는 하겠지만 어디까지나 좌장까지는 아니라는 의미다.

다만 므누신 장관이 그동안 미·중 무역협상을 주도했던 것을 감안하면 강경 매파의 역할론이 커질 것이라는 뉘앙스로도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주말 미·중 무역갈등의 휴전에서는 협상파의 손을 들어줬다면, 향후 '90일 협상'에서는 강경파에게 주도권을 맡긴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동시에 미국 무역대표단 내의 주도권 다툼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골드만삭스 출신의 므누신 장관과 '뉴욕연방은행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자유무역론을 뒷받침하는 양대 축으로 꼽힌다.

무역갈등을 우려하는 월스트리트 시각을 반영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에 맞서 로스 상무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 나바로 국장은 대중 강경정책을 주도하는 '보호무역 삼각' 역할을 하고 있다.

양 진영은 대중 무역이슈와 관련해 수차례 상대측을 비판해왔다.

지난 5월 미·중 무역협상에선 나바로 국장이 므누신 장관에게 고성과 욕설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양국 관리들은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동안 이런 합의가 도출될 것에 대비해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오는 12∼15일 30명으로 구성된 협상단을 이끌고 워싱턴을 찾는 잠정적인 협상 스케줄을 짜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