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수의 바이오노믹스]로이반트와 인트론바이오의 기대되는 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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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가 기존 굴뚝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전문가들의 영역에 있었던 만큼, 낯설고 이해하기 어렵다. 국내외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일면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다리와 꼬리, 귀 등을 만저나가다보면 온전한 코끼리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편집자주]미국 질병통제센터는 미국에서 연간 최소 200만명이 항생제 내성균(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되고, 이 중 2만3000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영국 항생제내성대책위원회는 슈퍼박테리아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50년에 슈퍼박테리아로 인한 사망자가 세계적으로 연간 1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로 인해 세계 경제는 100조달러(약 11경원)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추정했다.
슈퍼박테리아에 대한 각국의 경고다. 최근 이뤄진 로이반트사이언스와 인트론바이오의 계약은 이같은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다. 혁신을 추구하는 회사들이 만났다는 게 윤경원 인트론바이오(사진) 대표의 생각이다.지난달 26일 강남 테헤란로 서울 사무소에서 만난 윤경원 대표는 "SAL200은 기존 항생제와 다른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내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슈퍼박테리아 항생제에 대한 로이반트의 강한 의지는 SAL200의 개발 속도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트론바이오는 지난달 20일 SAL200의 세계 권리에 대해 로이반트와 총 6억6750만달러(약 75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금 1000만달러(112억원)를 받고, 단계별 성과기술료(마일스톤)로 최대 6억5750만달러를 수취하게 된다. 제품 상용화 시 매출의 10% 초반대에 해당하는 경상기술사용료(로열티)도 받기로 했다.
바라보는 곳이 같았기 때문에 양사의 계약은 빠르게 성사됐다. ◆혁신 항생제를 찾았던 로이반트
윤 대표는 "로이반트는 새로운 항생제 후보물질을 찾고 있었고 인트론바이오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며 "지난 6월 열린 바이오USA에서 우리의 추가적인 설명을 들으면서 협상에 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로이반트는 2014년 스위스 바젤에 설립된 신약개발 전문기업이다. 신약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부에서 유망한 후보물질을 도입해 개발 및 상업화에 집중한다. 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분야에 따라 각각의 자회사를 설립해 관련 신약개발을 전담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비전펀드로부터 바이오제약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받아 세계를 놀라게 했다. 최근 이뤄진 자금 조달에서는 7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생명공학 분야 비상장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다. 현재 14개의 자회사를 갖고 있고, 2개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켰다.로이반트는 이번에 도입한 SAL200도 자회사(가칭 파마반트)를 설립해 개발할 계획이다. 윤 대표는 "항생제 분야의 강자를 비롯해 여러 다국적 제약사들과 기술이전을 논의했는데, 로이반트의 의지가 강했다"며 "파마반트는 우리가 가진 엔도리신 기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항생제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1941년 세상에 처음 등장한 항생제는 1960년대까지 활발하게 개발됐다. 그러나 내성균의 출현으로 연구개발 투자비의 회수가 힘들어지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됐다. 기존 세포벽 형성 저해 방식은 결국에는 내성균을 만들었고, 경쟁 제품이 즐비한 기존 항생제 시장에 들어가서는 수익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게인액트(GAIN Act), 유럽은 프라임(PRIME) 등의 항생제 개발 장려 정책을 내놓고 있다. 독점 판매기간 연장, 판매허가 신청시 우선심사 등의 혜택을 준다.◆인트론바이오, 도약 발판 마련
엔도리신은 박테리오파지가 가지고 있는 세포벽을 분해하는 효소다. 박테리오파지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세균을 잡아먹는 바이러스, 즉 천적이다. 세균 안으로 들어가 증식한 뒤 세포벽을 깨고 나올 때 엔도리신을 사용한다. 세포벽이 파괴된 세균은 죽게 된다. 인트론바이오는 살균 능력이 우수한 엔도리신을 찾아 유전자재조합 기술을 적용해 SAL200을 개발했다.윤 대표는 "기존 화학합성 항생제들은 세균의 증식을 막는 방식이라, 초기 감염균을 죽이지 못하고 결국 내성균을 만들게 된다"며 "SAL200은 세균을 직접 죽이기 때문에 내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SAL200은 현재 국내에서 메티실린내성황색포도상구균(MRSA)에 의한 균혈증(혈액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다. 항생제 신약으로의 가능성을 본 로이반트는 내년에 미국 임상 2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미국 2상의 첫 환자 투여시 인트론바이오는 3000만달러(336억원)을 마일스톤으로 수령하게 된다. 이는 인트론바이오의 지난해 매출 110억원의 3배 규모다.
로이반트는 또 인트론바이오가 개발하고 있는 다른 그람양성균 치료제들을 전임상 단계에서 각각 4500만달러에 도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갔다. 그람음성균에 대한 기술이전 우선협상권도 얻었다.
윤 대표는 "최우선적으로 SAL200의 미국 임상 2상 진입을 위해 로이반트와 협력할 것"이라며 "다른 그람양성균 후보물질들은 2개의 전임상을 내년에 시작할 예정"이라고 했다. 매년 2~3개의 그람양성균 전임상을 완료해 추가적인 기술수출 및 마일스톤 수령 구조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시장이 양성균보다 2배 이상 큰 것으로 추정되는 그람음성균 치료제 개발에도 속도를 낼 생각이다.
그는 "이제 연구개발만 열심히 하면 된다"며 "연구개발이 수익(기술료 수취)으로 연결됨에 따라 지속가능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인트론바이오는 2000년 초반부터 항생제 연구를 본격화해 기업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었다. 다음 도전 분야는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이다. 장내 미생물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윤 대표는 "우리가 가진 것은 세균을 죽이는 기술"이라며 "유해한 균을 없애는 방향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새로운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