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에 꽁꽁 숨겨둔 골드바·시계·수표다발…국세청, 고액체납자 7157명 명단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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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5일 2억원 이상 세금을 내지 않은 고액·상습체납자 7157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당초 7158명을 공개하려 했으나 막판에 실명 공개에 부담을 느낀 체납자 중 한 명이 밀린 세금을 전부 납부해 한 명 줄었다.
국세청이 공개한 체납자들의 실태는 다양했다. 수 억~수백 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자산을 현금이나 골드바 형태로 숨겨두는 경우가 많았다.부동산으로 상당한 차익을 얻은 A씨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렸다. 부동산 매도 후 받은 수표 17억원을 주변 은행에 돌면서 총 88차례에 걸쳐 조금씩 현금으로 교환했다. 직접 발품을 팔면서 돌아다닌 은행만 44곳에 달했다. 국세청은 A씨의 은닉 정황을 포착한 뒤 가택 수색까지 벌였지만 남은 현금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다 그가 사위 명의로 은행 대여금고를 개설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세청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대여금고를 뒤지자 현금 1억6000만원과 100달러짜리 미화 2억원 어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A씨는 결국 지금까지의 체납액 8억3000만원을 납부했다.
서울 강남 고급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는 수 십억원의 소득세를 안내려고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은 사례다. 아파트는 물론 은행 대여금고까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렸다. 국세청은 잠복 조사를 벌인 끝에 그가 고급아파트의 실거주자란 점을 확인했다. 결국 그에게서 현금 8억8000만원과 1억원 상당의 명품시계 3점을 압류했다.세금을 안 내려고 현금이나 수표, 골드바, 시계 등을 옷장 등에 숨겨두는 경우는 다반사였다. 부동산을 팔아 10억원 넘는 수익을 거둔 C씨는 세금이 아까워 은행 계좌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적발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국세청이 가택 수색을 벌이자 옷장 속 양복 안에서 수표 180매(1억8000만원)가 발견됐다. 그의 지갑에서 찾은 대여금고 비밀번호를 통해 5억여원을 추가로 징수하기도 했다.
증여세를 내지 않고 버티던 D씨 장롱에선 현금 8000만원과 수표 1억8000만원이 쏟아졌다. 조카 명의 차명계좌에 숨겨둔 2억5000만원도 들통이 났다. E씨는 거실에 비밀 수납장까지 만들어놓고 재산을 은닉했다 과세 당국에 걸렸다. 그의 집에서 현금 7000만원과 1억6000만원 상당의 골드바, 명품시계를 찾아냈다.
국세청이 이번에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는 개인은 5021명, 법인은 2136곳이다. 2억원 이상의 국세를 1년 이상 내지 않은 개인이나 법인이다.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은 총 5조2440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 최고액은 250억원(정평룡 씨, 부가가치세), 법인 최고액은 299억원(화성금속, 부가가치세)이었다.이번 명단에는 10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챙겼다가 징역형을 받은 최유정 변호사가 포함됐다. 그는 종합소득세 등 68억70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변호사는 상습도박죄로 구속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거액의 수임료를 챙겼다가 복역 중이다. 수임료 중 상당액은 재판부에 선처를 청탁하겠다며 받은 돈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양도소득세 등 30억90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 이름을 올렸다. 전 전 대통령은 검찰이 그의 가족 소유 재산을 공매 처분하는 과정에서 양도세를 부과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명단 공개자 중에선 40∼50대가 62.1%를 차지했다. 주소로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이 60.4%였다. 체납액 규모는 2억∼5억원 구간이 60.7%를 차지했다.법인은 도소매·건설·제조업종이 63.7%였다. 체납액은 2억∼5억원 구간이 58.7%로 절반 이상이었다.
국세청은 전국 6개 지방국세청에서 133명 규모의 재산 추적조사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올들어 10월까지 이들이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한 세금은 1조7015억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체납재산 추징을 위해 1만3233명의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312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고의로 재산을 숨긴 체납자 206명에 대해선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형사 고발했다.
국세청은 체납자가 숨긴 재산을 제보해 체납 세금을 징수하는 데 도움을 준 신고자에게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신고자 지급률 5~20%)을 지급하고 있다.구진열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납부 여력이 있는데도 재산을 숨기고 호화롭게 생활하는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선 추적조사를 더욱 강화하고 끝까지 징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국세청이 공개한 체납자들의 실태는 다양했다. 수 억~수백 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으려고 자산을 현금이나 골드바 형태로 숨겨두는 경우가 많았다.부동산으로 상당한 차익을 얻은 A씨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으려고 꼼수를 부렸다. 부동산 매도 후 받은 수표 17억원을 주변 은행에 돌면서 총 88차례에 걸쳐 조금씩 현금으로 교환했다. 직접 발품을 팔면서 돌아다닌 은행만 44곳에 달했다. 국세청은 A씨의 은닉 정황을 포착한 뒤 가택 수색까지 벌였지만 남은 현금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러다 그가 사위 명의로 은행 대여금고를 개설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세청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대여금고를 뒤지자 현금 1억6000만원과 100달러짜리 미화 2억원 어치를 찾아낼 수 있었다. A씨는 결국 지금까지의 체납액 8억3000만원을 납부했다.
서울 강남 고급아파트에 거주하는 B씨는 수 십억원의 소득세를 안내려고 자신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은 사례다. 아파트는 물론 은행 대여금고까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렸다. 국세청은 잠복 조사를 벌인 끝에 그가 고급아파트의 실거주자란 점을 확인했다. 결국 그에게서 현금 8억8000만원과 1억원 상당의 명품시계 3점을 압류했다.세금을 안 내려고 현금이나 수표, 골드바, 시계 등을 옷장 등에 숨겨두는 경우는 다반사였다. 부동산을 팔아 10억원 넘는 수익을 거둔 C씨는 세금이 아까워 은행 계좌를 거의 이용하지 않았다. 적발되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국세청이 가택 수색을 벌이자 옷장 속 양복 안에서 수표 180매(1억8000만원)가 발견됐다. 그의 지갑에서 찾은 대여금고 비밀번호를 통해 5억여원을 추가로 징수하기도 했다.
증여세를 내지 않고 버티던 D씨 장롱에선 현금 8000만원과 수표 1억8000만원이 쏟아졌다. 조카 명의 차명계좌에 숨겨둔 2억5000만원도 들통이 났다. E씨는 거실에 비밀 수납장까지 만들어놓고 재산을 은닉했다 과세 당국에 걸렸다. 그의 집에서 현금 7000만원과 1억6000만원 상당의 골드바, 명품시계를 찾아냈다.
국세청이 이번에 공개한 고액·상습 체납자는 개인은 5021명, 법인은 2136곳이다. 2억원 이상의 국세를 1년 이상 내지 않은 개인이나 법인이다. 이들이 내지 않은 세금은 총 5조2440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 최고액은 250억원(정평룡 씨, 부가가치세), 법인 최고액은 299억원(화성금속, 부가가치세)이었다.이번 명단에는 100억원의 부당 수임료를 챙겼다가 징역형을 받은 최유정 변호사가 포함됐다. 그는 종합소득세 등 68억70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 변호사는 상습도박죄로 구속된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거액의 수임료를 챙겼다가 복역 중이다. 수임료 중 상당액은 재판부에 선처를 청탁하겠다며 받은 돈이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양도소득세 등 30억90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 이름을 올렸다. 전 전 대통령은 검찰이 그의 가족 소유 재산을 공매 처분하는 과정에서 양도세를 부과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 명단 공개자 중에선 40∼50대가 62.1%를 차지했다. 주소로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이 60.4%였다. 체납액 규모는 2억∼5억원 구간이 60.7%를 차지했다.법인은 도소매·건설·제조업종이 63.7%였다. 체납액은 2억∼5억원 구간이 58.7%로 절반 이상이었다.
국세청은 전국 6개 지방국세청에서 133명 규모의 재산 추적조사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 올들어 10월까지 이들이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한 세금은 1조7015억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체납재산 추징을 위해 1만3233명의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312건의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고의로 재산을 숨긴 체납자 206명에 대해선 체납처분 면탈범으로 형사 고발했다.
국세청은 체납자가 숨긴 재산을 제보해 체납 세금을 징수하는 데 도움을 준 신고자에게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신고자 지급률 5~20%)을 지급하고 있다.구진열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납부 여력이 있는데도 재산을 숨기고 호화롭게 생활하는 고액·상습 체납자에 대해선 추적조사를 더욱 강화하고 끝까지 징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